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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Dec 31. 2022

[연말 로맨스 추천] <노엘 다이어리>

노엘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The First Noel'이라는 크리스마스 캐럴 제목이기도 한 노엘은 크리스마스 하면 생각나는 천사의 이름이다. 영화 <노엘 다이어리>는 그 천사와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노엘'이 남긴 일기장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노엘 다이어리>의 주인공은 노엘이 아니라 그녀가 오래전에 낳은 딸 '레이첼,' 그리고 레이첼이 커서 만나게 된 남자인 '제이컵'이다. 이번 영화는 레이첼과 제이컵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로맨스 작품으로, 상처를 가진 두 사람 '레이첼'과 '제이컵'이 우연히 만나 사랑하며 서로 치유받는 내용의 영화이다.


<노엘 다이어리>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이다. 제이컵의 가족사와 레이첼의 가족사가 서로 얽혀 있고, 처음에는 제이컵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나 나중에는 레이첼의 이야기를 하고, 다시 제이컵의 스토리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먼저 영화는 어머니의 부고를 들은 베스트셀러 작가 제이컵이 어머니의 옛 집을 청소하다가 레이첼과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래 전 제이컵네 가족은 제이컵의 어린 형의 사고를 겪은 후 뿔뿔이 흩어져 서로 관계를 끊었다. 아버지는 어린 제이컵과 어머니를 두고 집을 떠났고 어머니는 충격에 제이컵이 홀로 크게 하였기 때문에 제이컵도 어머니, 아버지와 절연했다. 그래서 제이컵은 어머니의 부고 이후 집을 모두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독특하게도 여기서 레이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레이첼은 어머니의 집을 정리하고 있는 제이컵을 불쑥 찾아오는데, 그녀는 오래 전 터너 가족의 유모로 일했던 그녀의 친어머니를 찾고 있었다. 레이첼은 아기 때 입양되었지만 그간 친어머니를 찾고 있었고, 친어머니가 터너 가족의 집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처음 만난 레이첼과 제이컵은 갑작스러운 동행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은 레이첼의 친어머니의 단서를 찾아 로드트립을 나선다.


이처럼 레이첼의 친어머니는 처음 만난 레이첼과 제이컵을 강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입양아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외로워했던 레이첼처럼, 제이컵도 어렸을 적 부모님으로부터 방치되어 17살 때부터 혼자 살았기 때문에 쉽게 사람을 마음에 들이지 않고 깊은 외로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비슷한 구석이 많은 두 사람은 동행을 하면서 서로에게 점점 스며든다.


두 사람은 레이첼의 어머니를 찾아 나서지만 그 와중에 제이컵의 아버지도 찾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노엘 다이어리>는 레이첼의 친어머니뿐만 아니라 제이컵의 흩어진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엮어서 전달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레이첼의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는 제이컵의 아버지 '스콧'을 찾아가고, 여기서 스토리는 레이첼의 이야기에서 제이컵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제이컵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감정의 골을 쉽게 풀지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과거에 왜 어머니와 제이컵을 떠나야만 했는지 설명하자, 두 부자의 얽힌 실타래 같던 관계도 풀리기 시작한다. 제이컵이 다시 차를 타고 레이첼과 함께 여정을 떠날 때 뒤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인사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한편 레이첼과 제이컵의 로드 트립에서는 사랑도 꽃핀다. 두 사람은 로드 트립 도중 레이첼의 생일을 맞이하는데, 이때 두 사람은 호텔방이 하나밖에 남지 않아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된다. 이전에 머물던 호텔에서는 각자 다른 방이 배정되어서 로맨스물의 클리셰를 깨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레이첼의 생일날 같은 방에서 머물게 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둘 사이에 로맨스가 꽃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레이첼의 생일 축하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레이첼이 생일인 것을 몰랐던 제이컵은 그녀가 생일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급히 카운터에 전화해 생일 축하 음식을 주문한다. 그녀를 위해 성심껏 애쓰는 제이컵의 모습은 레이첼에게 제이컵이 제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춤을 춘다. 흐린 듯한 전등 아래에서 레이첼과 제이컵이 춤추는 장면은 서정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로맨스를 가로막는 것이 있다. 바로 둘 다 홀로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레이첼은 입양아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상처를 갖고 있었고, 그래서 약혼도 보수적이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앨런'과 하였다. 앨런과 함께 있으면 레이첼은 안정과 확신은 느낄 수 있지만 따뜻함이나 감동은 없었다. 앨런이 레이첼에게 약혼 반지 대신 시가 반지를 선물하는 장면은 그가 레이첼이 필요로 하는 충만한 사랑은 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앨런은 레이첼이 친모를 찾고 싶어하는 간절함, 그리고 로드 트립을 떠나는 즉흥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계속 화를 낸다.


한편 제이컵도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실제로는 혼자 사는 것을 추구하는 외로운 사람이다. 제이컵은 어렸을 적 부모님이 슬픔 속에 그를 포기해서 17살 때부터 혼자 살아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도 강아지 '에이바'에게만 사랑을 주며 연말도 홀로 보내고, 소설의 주인공도 상대방을 밀어내고 사랑을 두려워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이처럼 제이컵과 레이첼은 상처받은 사람들로서 서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생일날 첫날밤 이후 사랑에 두려움을 느낀 레이첼은 친어머니 노엘의 일기장만 놓고 제이컵을 떠난다. 결국 로드 트립을 마무리하는 사람도 제이컵이다. 레이첼은 친어머니 노엘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기보다는, 그녀의 친어머니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사람은 헤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제이컵의 용기 있는 고백을 통해 진전한다.

날 봐요. 평생 혼자 사는 삶을 추구 했었죠.
우리같은 사람은 신뢰가 어려워요. 누군가를 받아드리기 힘들죠. 힘들어요, 이해해요.
하지만 여기 내가 지금 왔잖아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내 친구와 함께 서 있다고요.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 보고 있어요. 믿어 달라고 애걸하면서요. 진심이에요, 난 믿어도 돼요. 제발 받아줘요.


크리스마스 날 레이첼의 창밖에 서서 고백하는 제이컵의 대사를 그대로 소개했다. 상처가 있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제이컵의 고백 장면은 그만큼 제이컵이 그간의 틀을 깨고 변화하기로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는 관객 분들이 보시도록 남겨두겠다. 영화는 다소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데, 그만큼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 것 같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제이컵의 오랜 이웃 주민 '엘리'가 제이컵에게 그림을 선물해주는 장면은 제이컵이 비로소 상처를 딛고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의 그림은 오래 전 제이컵의 형이 사고를 겪은 나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받아들이는 제이컵의 모습은 그가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에 있어서도 나아갈 수 있다는 큰 변화를 보여준다.



이처럼 <노엘 다이어리>는 로맨스와 더불어 가족에 대한 감정, 그리고 신뢰에 기반한 사랑처럼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말연시에 적합한 따뜻한 분위기이고, 서정적인 연출과 함께 흘러가는 부드러운 스토리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면서 보기에 좋은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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