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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Dec 25. 2022

[크리스마스 로코 추천] 앤젤 폴스 크리스마스

여기 독특한 크리스마스 로코를 소개한다. 보통의 크리스마스 로코에서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때로는 둘 중에 한 명이 기존에 사귀고 있던 연인과 헤어진 후 서로가 진짜 인연이 되는 스토리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앤젤 폴스 크리스마스>에서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로맨스가 없다. 이번 작품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여자 주인공과 그녀의 전 연인이 다시 함께하도록 돕는 이색적인 로맨틱 코미디이다.



먼저 주인공 '앨리'는 워커홀릭의 의사이고,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어 사랑에 깊이 빠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편 그녀의 남자친구 '조쉬'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인물로서 앨리를 굉장히 많이 사랑하는 헌신적인 연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 헤어진다. 앨리는 일을, 조쉬는 둘의 관계와 함께하는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천사 두 명이 내려온다. 첫 번째 천사 '게이브'는 남자주인공으로서 앨리의 곁에서 그녀를 돕는다. 그리고 두 번째 천사 '모린'은 조쉬의 곁에서 그를 도와준다. 게이브의 미션은 앨리가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잊어버린 크리스마스 정신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모린은 조쉬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을 찾도록 도와주고 앨리와의 관계도 회복하도록 조언을 해준다.


앨리와 게이브


조쉬와 헤어진 후 앨리는 게이브와 우연히 만나고, 두 사람은 함께 '크리스마스 할일' 목록을 적어서 재미있는 연말을 보낸다. 앨리에게는 어렸을 때 이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지워나가는 크리스마스 목록에는 서양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든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


크리스마스에 스케이트 타기, 크리스마스 파티 가기, 진저브레드 하우스 만들기, 크리스마스 트리 사서 장식하기, 크리스마스 쿠키 굽기, 캐럴링하기, 그리고 크리스마스 장작 장식하기 등이다. 더불어서 크리스마스 점등식도 나오고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대회도 나오는 등 <앤젤 폴스 크리스마스>를 보면 다채로운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어 영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에그노그, 페퍼민트를 가득 넣은 핫초코,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려넣은 라떼 아트 등 맛있는 음식도 많이 나온다.


한편 모린과 게이브는 천사이기 때문에 아주 오래전 고대 시절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도와왔고, 두 사람은 각자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조쉬와 앨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특히 이번 작품은 천사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천사와 관련된 미장센들이 많이 등장한다. 먼저 게이브의 이름은 가브리엘의 약자인데, 성서의 대천사 가브리엘이 생각나는 이름이다. 또한 조쉬의 조카딸은 '미카엘라'이다. 가브리엘과 함께 3대 천사 중 한 명인 '미카엘'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미카엘라도 천사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엘리와 게이브가 크리스마스 장기자랑에서 같이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앨리가 부른 노래도 'The First Noel'이다. 노엘은 아기 예수, 크리스마스, 또는 탄생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영화의 많은 소재들이 작품의 제목답게 모두 천사와 연결돼 있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이다.


이처럼 미장센뿐 아니라 모린과 게이브가 천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많은 힌트들이 있다. 먼저 모린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는 신출귀몰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특히 조쉬와 앨리가 필요할 때 그들 앞에 나타나면서 인생과 연애 관계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게이브는 2003년 어린 조쉬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고 포르투갈어도 할 줄 안다. 또 두 사람은 날개와 후광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단서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천사라는 것을 금방 유추할 수 있다.


한편 게이브는 앨리를 도와주기 위해 지구에 왔지만, 예상치 않게 앨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는 앨리와 일주일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처음으로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앨리를 도우려 온 천사일 뿐, 앨리와 조쉬의 관계에 끼어들 수는 없다. 이러한 그의 감정을 알아차린 모린이 게이브와 나누는 대화가 있다. '성탄절 이후에는 이곳에 더 머무를 수 없어,' '사람들에게 사랑을 알려 주는 것은 좋지만 마음을 빼앗기지는 마,' 라는 말처럼 모린은 게이브에게 앨리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고 조언한다.



결국 게이브는 앨리를 위해 마음을 접지만 그가 앨리에게 느낀 순수한 사랑은 감동적이다. 게이브는 지구에 더 남아 앨리와 함께하기 위해 천사로서 가진 모든 능력과 재능을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앨리를 위해 천사가 희생하는 것이다. 흔히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을 때 그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게이브는 비록 천사지만 앨리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게이브는 짝사랑에 그쳤지만, 그의 도움은 게이브와 앨리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게이브가 앨리가 다시 걸음을 내딛도록 하는 스승의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앨리는 게이브를 만났기 때문에 이제는 목동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목초지의 풀과 물을 찾아 먹을 수 있는 양과 같이 성장했다. 게이브는 앨리가 크리스마스 정신을 되찾을 때까지의 과정을 함께 했지만, 앞으로는 앨리가 혼자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은 로맨틱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이 장면에서 앨리와 게이브가 포옹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외로울 때 누구보다도 큰 도움과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앨리와 헤어진 후 게이브는 천사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다. 그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천사도 진짜 사랑을 경험해야 진정한 연애 조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앨리와 조쉬도 큰 변화를 맞이한다. 그동안 워커홀릭으로만 살던 앨리도 일을 줄이고, 조쉬도 퇴사 후 원해오던 교직을 선택한다. 그 외에도 두 사람은 많은 변화를 맞이하니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어쩌면 그들의 해피엔딩은 크리스마스 로코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힌트가 있었던 것 같다. 조쉬가 일했던 회사의 이름이 '그린 라이트 마케팅 컴퍼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잘 될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처럼 <앤젤 폴스 크리스마스>는 다른 로코들과 다르게 천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을 깨닫는 내용이었다.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고, 명대사를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표지판은 사람이 정한 방향만 가리킬 수 있어요
때로는 헤매기도 해야 자기 길을 찾을 수 있어요
때로는 눈앞에 해답이 있어요



여담으로 '채드 마이클 머레이(게이브 역)' 배우가 출연한 또 다른 시리즈 '에이전트 카터'를 추천한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고, MCU에서 스티브 로저스의 전 연인 역할이었던 '페기 카터'에 대해 알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시리즈이다. 시즌 2개라서 연휴에 보기 좋고 채드 마이클 머레이 배우가 페기 카터의 직장 동료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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