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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Feb 20. 2024

넷플릭스 로코 추천 <로열 트리트먼트>

넷플릭스의 <로열 트리트먼트>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용사와 왕자의 로맨스이다. 스토리상 개성은 덜한 편이지만 <알라딘> 시리즈의 주연으로 이름을 알린 '미나 마수드'가 왕자 역할을, <퍼펙트 데이트>에서 '노아 센티네오'의 상대역이었던 '로라 마라노'가 미용사 '이사벨라'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약간의 <프린세스 다이어리>와 <크리스마스 스위치>를 섞은 듯한 내용으로, 뻔하지만 달달하게 볼 수 있는 로코이다.


주인공 이사벨라는 정이 많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녀가 미용실에 출근하기 전 동네에 사는 모든 지인들에게 도넛을 나눠주는 장면은 그녀의 성격을 보여준다. 특히 이사벨라는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 대우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여성 캐릭터이다. 왕자의 머리카락을 이발할 때에도 여자 하인이 부당하게 쫓겨나자 이사벨라는 가위를 던지며 하인을 돕고, 자신을 보필하는 하인 '페트라'에게도 서슴없이 인사한다.


이런 이사벨라는 왕자에게 신분에 관계없이 솔직하게 말하기 때문에 신선한 사람으로 다가간다. 특히 이사벨라는 왕자에게 민생을 생각하는 정치를 알려준다. 왕자가 사는 라바니아 궁 밖에 '우버 드 글레이즈' 지역, 즉 기찻길 너머 빈민가라 알려졌던 지역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사벨라와 토머 왕자스가 밤에 우버 드 글레이즈를 방문하니 오히려 그곳은 많은 서민들이 활기차게 삶을 일궈나가는 터전이었다. 낮과 밤, 기찻길 너머와 이쪽이라는 특성이 대비되면서 그간 사람들이 우버 드 글레이즈 지역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상징적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왕자가 '봄바'라는 라바니아 전통 춤을 백성들과 함께 추는 장면은 마치 <타이타닉>에서 잭과 로즈가 3등석에서 춤췄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 하나된 것이다.


이처럼 작품의 줄거리는 일반적인 신데렐라 로맨스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평범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만큼 대중적인 소재라는 면은 주목해 볼만 하다. 특히 주인공들이 누군가에 의해 부여된 책임감과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일을 찾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사벨라는 어머니 미용실을 지키는 대신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고, 왕자도 직접 민생을 돌보기를 원한다. 이사벨라가 토마스에게, "저는 늘 기회가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기회가 있어도 세상을 바꾸지 않네요," 라고 말하는 것은 토마스가 아버지에게 의존하지 않고 민생을 돕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만든다. 한편 토마스가 이사벨라에게, "기회는 오지 않아요, 잡아야 해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라고 말하는 장면도 이사벨라가 신분을 따지지 않고 일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로열 트리트먼트>는 신데렐라 스토리이긴 하지만 여자 주인공의 성품이나 실행력이 강조된다. 이사벨라는 우버 드 글레이즈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왕비가 쌓아둔 책상이나 의자 등 가구를 나눠준다. 하지만 이사벨라와 토마스는 신데렐라의 계모처럼 토마스의 어머니의 방해 때문에 이별하게 된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답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데, 디즈니의 신데렐라와 <귀여운 여인>을 연상시키는 결말을 맞이한다. 토머스 왕자가 말을 타고 이사벨라의 베란다로 찾아간 것이다.


이것은 백마 탄 왕자님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앞서 이사벨라의 대사를 통해 영화가 단순히 백마 탄 왕자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맥락을 추가했다. 라바니아에서 이사벨라가 토머스에게 추억을 말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녀가 어릴 적 모르는 동네로 이사를 가 침울해할 때 아버지가 말을 타고 찾아와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친구를 찾아줬던 것이다. 이런 맥락을 복선으로 추가함으로써 영화의 결말은 단순히 신데렐라 스토리라기보다는 토머스가 이사벨라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주는 청혼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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