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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Mar 06. 2024

<귀여운 여인>의 재회, <런어웨이 브라이드>

<런어웨이 브라이드>는 <귀여운 여인>의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재회한 영화로 화제가 되었다. 극중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매기'라는 캐릭터는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결혼식장에서 네 번이나 도망친 신부이다. 여기서부터 소재의 독특함이 느껴진다. 그녀가 결혼식에서 네번이나 도망친 이유는 뭘까? 실은 그녀는 지금껏 자기 희생적인 사랑을 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매기는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마다 그간의 연애에서 자기  자신은 빠져 있었음을 깨달는다.


매기는 회피형 애착관계를 보여주는 인물로서 리처드 기어가 맡은 '아이크'를 만나 점점 변화한다. 아이크는 매기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해도 상처받는 것이 사람인데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첫인상이 좋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인연이 될 수도 있으니 사랑에는 모험이 필요한 것이다.


매기의 성격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그녀는 메뚜기 짝짓기 프러포즈, 신혼 여행에 에베레스트 등산하기 등 말이 되지 않는 예비 신랑들의 소원을 모두 들어준다. 자신의 취향을 내세우면 상대가 떠날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매기가 도망친 신부가 된 데에는 그런 두려움이 숨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기가 남자들을 곤경에 빠뜨리려 일부러 그런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이런 매기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결국 저널리스트인 아이크가 매기를 취재하기에 이른다. 관객들도 그의 취재 과정을 따라가면서 매기가 왜 결혼식에서 도망친 신부가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아이크가 발견해 낸 바에 따르면 매기의 예비 신랑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모두들 매기에게 달걀 요리를 해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달걀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매기는 모든 예비 신랑들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달걀 요리를 나도 좋아해'라고 말한다. 매기는 새로 만나는 남편에 따라 스크램블, 삶은 달걀, 야채 계란 등 그때마다 다른 메뉴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결국 아이크는 달걀요리를 결정타로 하여 매기의 진실에 다가가고 매기의 편에 선다. 아이크는 기존의 예비 신랑들과 달리 멋들어진 말로 청혼하지도 않고 솔직담백하게 마음을 고백하며, 매기가 원하는 드레스 마네킹을 번쩍 들어 사준다. 이 사랑에 반한 매기는 처음으로 아이크에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희귀 음반을 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하나의 산을 더 넘어야 한다. 아이크는 그간 마을 사람들이 매기를 조롱하고 있었다는 것을 비판한다. 이에 분위기를 망친 것에 불편함을 느낀 매기는 아이크를 비난하지만, 아이크는 매기에게 더이상 예비 신랑도, 마을 사람들의 눈치도 보지 말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매기는 이혼의 아픔이 있는 아이크에게도 시니컬한 칼럼 뒤에 그만 숨고 사랑에 부딪혀 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결혼하며 해피 엔딩을 맺는다. 매기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영화 초반부에 매기는 혼자 말을 타고 도망쳤는데, 이제 아이크와 결혼하게 된 매기는 그와 함께 말을 타고 자유롭게 평원을 질주하는 것을 꿈꾼다. 놀랍게도 매기는 또 도망치지만 아이크가 끝까지 그녀를 쫓아 런어웨이 브라이드와 결혼한다. 이후 매기는 자신이 에그 베네딕트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담백하게 청혼한다. 두 사람이 실제로 결혼식 후 석양을 보며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은 이제 두 사람이 같이 세상의 편견에서 달아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흔하지 않은 소재로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 작품으로서 <런어웨이 브라이드>를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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