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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Mar 10. 2024

산드라 블록의 로맨틱 코미디 <프러포즈>

<프러포즈>는 산들라 블록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을 맡았고, 전형적인 상사와 직원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다만 로맨스의 부분이 약화되고,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강조되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로코물이 되었다.


주인공 '마가렛'은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녀는 최고 실력을 갖춘 출판사의 편집장이지만, 일에 몰두하는 성격 때문에 사람들에게 비난을 듣기도 한다. 가령 그녀가 능력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밥이라는 직원을 해고했는데, 밥은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속된 말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그녀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외국인,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워커홀릭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그녀를 보조하는 비서가 바로 라이언 레이놀즈가 맡은 캐릭터인 '앤드류'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반전이 있다. 바로 그가 알래스카 시트카 지역의 재벌이라는 것. 앤드류 팩스턴의 집안은 '팩스턴 사업'을 통해 지역 비즈니스를 꽉 잡고 있다.


이처럼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고충이 있다. 첫째, 주말도 없이 일하며 마가렛의 비위를 맞추는 것, 둘째, 아버지가 그를 후계자로 점찍어 출판사 일을 그만두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책을 사랑하고 편집자를 꿈꾸기 때문에 뉴욕에서 마가렛의 비서로 계속 일하고 있다.


이처럼 다소 을처럼 보이는 앤드류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마가렛의 결혼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와 같이, 앤드류와 마가렛은 코믹하게도 마가렛의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결혼한 커플인 척 연기를 한다. 여기서 두 사람의 관계가 전환되며, 이제 마가렛이 앤드류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두 사람은 함께 커플 연기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앤드류 할머니의 90세 생신 파티에 참석하러 알래스카로 간다. 알래스카에서 두 사람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나오듯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가짜 커플을 연기한다. 두 사람은 팩스턴 가족 앞에서는 웃으며 연인인 척 어색한 스킨쉽을 하지만, 뒤돌아서면 침대도 따로 쓰고 서로의 짐도 마음대로 던지며 바로 손을 놓는 식이다.


그래서 영화에는 다양한 유머 포인트가 있다. 먼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프러포즈 장면이다. 이것은 영화 개봉 이후에도 많이 회자된 장면인데, 보통은 남자친구가 무릎을 꿇고 청혼하지만 두 사람의 경우 결혼이 더 급한 마가렛이 앤드류에게 무릎을 꿇는다. 하이힐을 신고 어색하게 무릎을 꿇은 마가렛과 그녀에게 제대로 부탁을 해보라고 말하는 앤드류의 모습이 대비되어 웃음을 준다. 프러포즈가 끝나자마자 마가렛을 일으켜주지도 않고 쌩 뒤돌아 나가는 앤드류는 더 가관이다.


알래스카에 가도 마가렛과 앤드류의 살얼음판 같은 관계는 지속된다. 그럼에도 싸우면서 정든다고 두 사람은 투닥대면서 어느새 서로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된다. 톰과 제리처럼 두 사람이 돕다가 정이 드는 독특한 시나리오이다. 가령 두 사람이 알래스카에 머물 때 마가렛은 고객 중 한 명인 베스트셀러 작가와 책 마케팅을 위한 중요한 협상 중에 있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독수리가 내려오고 독수리가 마가렛 앞에서 뛰어놀던 앤드류의 강아지를 낚아채가는 매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이것 때문에 마가렛은 전화기를 던져 강아지를 받는데, 이때 독수리가 그녀의 핸드폰마저 낚아채 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앤드류가 마지못해 나서고 그녀를 인터넷 카페에 데려다주며 앤드류는 처음으로 그녀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그러나 여전히 어색한 두 사람이다. 둘은 앤드류 부모님의 등쌀에 같은 방을 쓰지만 마가렛은 침대에, 앤드류는 바닥에 어색하게 누워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앤드류와 아버지는 진로 문제로 다투게 되자 화가 난 앤드류는 방 테라스에서 샤워를 위해 옷을 벗고, 안쪽의 화장실에서는 마가렛이 샤워를 하던 중에 수건을 가지러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 때 두 사람이 그대로 충돌하는 장면이 있는데 두 사람의 어색함이 급증하다가 결국 폭소를 터뜨리는 에피소드로 전락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어느 정도 허물게 된다.


그리고 앤드류가 마가렛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딱딱한 인식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 바로 결혼 의식이다. 자연을 의미하는 'Mother Nature'를 믿는 앤드류의 할머니 '애니'는 숲에서 손주의 결혼을 기원하는 의식을 하게 되고, 이때 우연히 숲을 산책하던 마가렛을 불러내 의식에 동참하게 한다. 그간 춤 한 번 안 추고 늘 정장 차림이었던 마가렛은 여기서 무아지경의 댄스를 춘다. 당연히 앤드류가 이러한 장면을 목격하고 마가렛의 숨겨진 진면모를 알게 된다.


그 후 두 사람은 투닥대는 것을 줄이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둘은 어느새 밤에 누워서 서로의 과거, 취향 등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특히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으로 변해감을 알 수 있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보트 씬이다. 마가렛은 애니에게서 결혼식 드레스를 물려받고 당황하게 되고 바닷가에 있던 앤드류의 보트를 마구잡이로 운전한다.


여기서 두 사람은 가짜 결혼에 대해서 소리치며 다투게 되고 순간 보트가 방향을 틀자 마가렛이 바다에 빠진다. 여기서 앤드류가 화들짝 놀라며 마가렛을 구해주고 수건을 덮어주며 안아주는 장면이 있다. 이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보다 많이 유해졌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고 영화에서 거의 최초로 로맨틱하게 묘사되는 씬이다. 결국 두 사람은 사기 결혼이 아니라 진짜 결혼을 하게 되고, 엉터리로 했던 프러포즈는 유효한 것이 된다.


이처럼 <프러포즈>는 일반 로코와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어떤 계기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가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추측해 보건대, 팩스턴 가족의 푸쉬도 앤드류가 마음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특히 그의 아버지가 가업 계승 문제로 앤드류의 출판사 일에 회의를 표하고 마가렛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비자실의 감독관이 두 사람의 사기 결혼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둘에게 사실을 말하라고 푸쉬한 것도 있다.


이처럼 앤드류는 외부의 압박으로부터 마가렛을 지켜내며 실제로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같이 어려움을 헤쳐나간 두 사람이지 않나. 또 더이상 상사와 직원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배를 탄 두 사람으로서 며칠을 같이 보내다 보니 서로에 대해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치부도 가감없이 보면서 어느새 두 사람은 한 편이 되었던 것 같다.


여러 모로 볼 때 <프러포즈>는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과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은 전자는 거의 로맨스에 치중했다면, <프러포즈>는 코미디에 집중했으며 생각보다 주인공 둘이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인공 두 사람의 사랑이 발전되는 것은 후반부 30분 정도이다.


하지만 <프러포즈>는 성격도 전혀 다르고 철저히 이해관계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궁금해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관계가 되어가는 작은 변화도 생각보다 큰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랑은 꼭 로맨틱한 에피소드를 통해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하고 코믹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뤄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프러포즈>는 다른 일반적인 로코들과 다소 다른 작품이라 생각한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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