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is my life
'Music is my life'란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예전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이다. 특히 예술에 조예가 깊거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많이 들어봤을 터. 그런데 나는 음악에 크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영화, 그리고 '배우'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 또래들이 K-POP에 열광하고 아이돌의 최신 유행 가요를 따라 부르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독특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덕질 is my life'라고 생각한다!
노력도 재능일까?
어쩔 수 없이 다시 유명한 문구 하나를 소개하고 시작해야겠다. '노력도 재능이다, '라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보통 '재능이 많다'는 말은 기똥차게 노래를 잘하거나, 유연하게 춤을 잘 추거나, 파워풀하게 운동을 잘할 때 사용한다. 아니면 천재라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거나 화가처럼 캔버스를 아티스틱한 감성으로 가득 채워 그림을 잘 그릴 때에 자주 쓰인다.
나도 어렸을 적 학교 다니던 시절에 그런 친구들을 많이 봤다. 누구나 부러워할 재능이 많은 친구들. 정말 멋있는 친구들이었지만 학예회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은근히 기분이 상했다. 나도 무대 위에 올라가 멋지게 춤도 추고 싶고 뮤지컬 배우가 된 것처럼 노래 솜씨도 뽐내고 싶었다. 특히 노래를 생각하면 더 속상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높은 파'까지 진성으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나름 노래를 잘했지만 그마저도 점점 고음이 안 되기 시작하자 노래를 잘 못 부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변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커다란 벽을 A4 사이즈 도화지 삼아 벽화를 그리고 1시간 만에 스포츠 선수의 초상화를 쓱쓱 그려내는 친구들도 보았다. 그럴 때마다 티는 안 냈지만 늘 부러웠다. 다들 멋진 재능이 있는데 나는 노래도, 춤도, 운동도, 그림 그리기도 잘 못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의 10대 초중반은 '나의 재능은 무엇일까, '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으로 치환된다.
노력도 재능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방황하던 때 놀라운 구절을 하나 발견했다. 아니, 사실 한 문장이었다. 많은 위대한 사람들과 어른들이 하신 말씀인데, 한 문장과 한 편의 글이 사람 인생을 바꾼다더니 그 말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어른 말씀 하나 틀린 것 없더라. 딱 한 문장이 어렸을 적 내 고민을 한 순간에 날려 버렸다. 바로 '노력도 재능이다.' 노력이 재능이라고?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비관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하고많은 다른 재능들이 있는데 어떻게 노력이 재능이란 말인가. 노력은 그냥 노력이었다. 그저 애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돌아서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노력도 그냥 노력이 아니라 어떤 노력이었다. 어떤 것이었을까? 당시에 무엇이라 명쾌하게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그동안 애썼던 것들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노력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아무 색깔 없던 흰색 도화지에 알록달록한 색을 칠한 물감 붓이 지나간 것처럼. 영화의 특수 효과 장면에서 나오듯이 흑백 장면에 갑자기 색이 확 입혀지며 칼라 영화가 되는 것처럼. 이름 없던 아이가 처음 이름을 가지게 된 것처럼.
내 노력이 하나의 이름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알았다. 나도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을.
내가 가진 것은 끈기
나는 '끈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다행이었던 점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없어 실망하던 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다른 잘하는 것이 없다면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질 방법은 공부구나, 이른 나이에 깨닫고 학업에 전념했었다. 대단히 잘하지는 못 했지만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끈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목표를 마칠 때까지 거실에서 드라마 대사가 들려와도 TV 앞으로 달려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맛있는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어도 보던 책이 있으면 1분 더 보다가 식사를 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느라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려 보니 나는 최소한 끈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학창 시절을 마친 후 어른이 되었을 때 그 끈덕진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기로 했다.
한 우물을 파는 나의 뚝심을 쏟은 곳은 바로 '덕질'이었다.
'덕질' is my life
그때부터 '덕질'이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왕 삽 들고 한 우물을 팔 것이라면 제대로 파 보자, 결심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어떠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하다 보면 어느새 좋아하게 되고 잘하게 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고 지금도 믿는다. 즐기는 사람 이길 재간 없다 하지 않나. 기똥차게 즐기고 날고 기고 하다 보면 정말 그 분야에서 날게 될 수도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 꿈을 영화계 쪽으로 잡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덕질을 했던 대상은 영화와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러한 예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간간이 보며 현실에 부족한 감성을 채우고 영감도 얻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내가 덕질을 했던 일대기와 어떻게 끈기에 이어 덕력을 제2의 재능으로 키웠는지에 대한 스토리이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