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 충전기는 DRAMA

드라마가 있으면 오늘 하루 100% 충전 완료

by 영화가 있는 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었습니다.' 장시간 외출로 밖에 나가 있을 때 가장 듣기 무서운 말이다. 놀라운 준비성으로 보조배터리를 가방 한편에 넣어 다니거나 마침 카페에 있어 콘센트에 충전기를 꼽을 수 있다면 무섭지 않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보조배터리가 무거워 지참하지 않거나 충전기를 휴대하지 않아 휴대폰이 방전되고 만다. 이처럼 휴대폰 배터리는 닳더라도 밖에 나가면 나의 배터리는 닳지 않는다. 친구들을 만나고 수다를 떨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출해서 지인을 만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나를 충전 UP 시켜 주는 것이 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의 소울메이트, 드라마이다.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하느라 3년 간 드라마를 한 편도 보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때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저녁 10시가 되면 TV 앞에 가족들과 옹기종기 둘러앉아 드라마를 보던 것이 내 일상의 가장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3년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저녁에 드라마를 한 편 보러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오랜만에 느꼈던 그 전율을 잊을 수 없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정말 드라마는 나에게 피톤치드 숲 속을 거니는 듯한 힐링을 주었다. 매 회 다른 스토리가 펼쳐지는 것이 설렜고 드라마가 있는 날에는 아침부터 괜스레 기대감에 부풀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또 어떤 소름 끼치는 반전이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드라마를 기다리는 시간도 보는 시간만큼 즐거웠다. 그리고 10시가 되어 TV를 딱 켜면 누군가 굳이 '채널 고정'이라 외치지 않아도 1시간 동안은 자연스레 드라마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았다. 마치 드라마 속 플롯에 흡착된 것처럼 빨려 들어가 온전히 시청 시간을 즐겼다.


예전에는 10시 드라마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9시대 드라마가 많아져 직장인들도 드라마를 보고 출근에 무리 없이 잠들기에 딱 좋다. 그래서 드라마 시청률도 더 높나 보다. 드라마 보기는 항상 하루 일과의 끝부분이자 가장 중요한 타임이었고 공중파, 종편 드라마를 모두 보면서 어떤 드라마가 하는 날은 수요일! 하는 식으로 요일 감각을 가졌다. 특히 학교에 다니지 않는 방학 때에는 더 그랬다. 마치 드라마가 타이머처럼 맞추어져 오늘은 월요일,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하니까 왠지 모르게 설레는 하루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요일마다 드라마가 했지만 또 좋은 점은 그 장르도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가령 공중파나 케이블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등 장르가 많고 또 다른 채널에서는 스릴 넘치는 장르물이 많은 것처럼.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채널마다 특색 있는 드라마를 방영했고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더욱 넓어지기도 했다. 드라마 덕후들은 공중파와 케이블 TV 채널의 드라마들을 모두 섭렵해 시청하곤 했고.


그렇게 많은 드라마들을 보다 보면 잡다한 생각을 잊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나 보다. 현실은 복잡하고 걱정거리도 많다. 걱정이 적은 사람이더라도 누구나 마음속에 걱정 하나쯤은 품고 산다. 때로는 잠을 자려 누워도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람에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밥을 먹을 때에도 여러 생각이 떠올라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많은 편의들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복잡해진 세상에서 쉬려고 누워 봐도 가만히 있는 것이 더 힘들어진 현대인들이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힐링 이미지)

그런 오늘날 사람들에게 드라마는 곧 힐링이다. 현실 도피는 아니지만 잠시 걱정을 잊게 해 주는 것.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1시간 동안 여러 복잡한 것들을 다 잊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해 준다. '스토브리그'를 보며 뜨거운 팀워크에 감동받기도 하고, 취업 준비로 고민하다가도 '쌈, 마이웨이'를 보며 '그래, 다시 해 보는 거야!' 하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말 그대로 우정인지 사랑인지 고민될 때 앞서 말한 작품의 '동만'과 '애라'를 보며 좋은 남사친, 여사친으로 남을 수도 있고 서로 모르는 새 연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https://programs.sbs.co.kr/drama/stoveleague/main

http://program.kbs.co.kr/2tv/drama/ssam/pc/index.html


이처럼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과는 다른 세상의 여러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하고 힐링을 하며 때로는 깨달음을 얻어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든 한 편의 예술작품인 드라마는 만든 사람들에게도, 보는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힘을 준다.


결국 드라마는 나의 충전기이기도, 많은 사람들의 충전기이기도 하다. 하루의 힘듦을 잊고 편안히 쉬면서 보는 드라마 회차들, 1시간의 꿀 같은 여유는 우리들의 인생에 에너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내 첫 번째 덕질 대상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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