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느끼는 계절의 변화는,,
“엄마, 나 집에서 뭐 입어?” 중학생인 아들이 옷을 갈아입으려 서랍장을 열고 나한테 말한다.
“응? 작년에 입었던 내복 있잖아. 그거 입어”
주섬주섬. 방에서 나온 아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웃음 폭탄이다. 윗도리는 아예 시도를 못하고, 바지는 복숭아뼈가 훤히 드러난 것이 남의 집도 아닌, 어디서 주워서 입힌 꼴이다.
한참 웃던 딸도 본인의 내복 서랍장을 뒤져 이리저리 몸을 대본다.
두 아이의 내복 패션쇼를 보던 나는 결국 “알았어, 이번 주말에 내복 사줄게”라는 말로 쇼는 종료.
나는 아이들의 내복을 사며 계절 변화를 실감한다. 아무리 큼지막하게 산다고 해도, 1~2년이 지나면 내복을 새로 살수 밖에 없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거치며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아이들의 몸이 자라기 때문이다.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콩나물에 물을 주면 어느 순간 쑥 자라 있듯이.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 가끔 신기하다.
내복을 사러 매장에 들렀다.
또 한 계절을 함께하게 될 내복. 아이의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이라 외출복보다 소재에 더 신경 쓰게 된다. 각양각색의 프린트 속에서 몸에 닿는 촉감이 좋은 것을 아이들 별로 2~3개 골라 구매했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새로 산 내복을 주니 작은 아이는 좋다고 입어보고, 빨래 후 입겠다며 세탁기에 내복을 던져 넣었다.
그런데, 큰 아이의 표정이 별로다. “왜, 촉감이 마음에 안 들어?”라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그냥,,, 내복 별로 안 입을 거 같은데...?”라고 이야기하는 아이의 나이를 생각하니, 아차. 벌써 중2지?
나도 중학교 2학년쯤부터 내복을 안 입었던 것 같다. 의자에 앉으면 바지의 밑단이 딸려 올라오는데, 그 아래로 내복이 보이는 나 자신이 왠지 어린아이 같았다.
같이 앉은 친구들의 맨다리에 양말이 쓱 걸쳐져 있는 모습이 그냥 멋져 보였다.
그 이후 아무리 찬 바람이 불어도 청바지 하나에 양말만 신고 다녔다. 엄마가 춥다고 소리치는 소리가 한 귀로 흘러나갔다.
내 아이도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것인가?
“응 알았어, 그럼 네가 원하는 실내복을 인터넷으로 골라봐. 엄마가 주문해줄게”
새로운 실내복이 올 때까지 우리 아들은 내가 집에서 편하게 입던 바지를 입기로 했다.
건조기에서 꺼낸 내복이 따뜻하다. 빨래 접는 것을 도와준다며 내 옆에 붙어있던 작은 딸이 따뜻한 내복에 볼을 데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이번 가을에는 아이들의 성장을 다른 속도로 느끼게 된다. 언젠가 큰 아이는 나에게 내복이 없다는 투정조차도 하지 않겠지. 그보다 더 빨리 작은 아이가 내복을 입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만큼, 나도 아이들을 떼어놓는 연습을 (아직은 아쉽지만,, 마음속으로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려는데 갑자기 이 조차 감사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 각자의 속도대로 몸과 마음이 자라고 있는 것이 대견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