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근하자마자 작은 딸아이가 자기의 입을 벌리며 뛰어온다.
"여기여기 이빨이 흔들려." 앞뒤로 들썩들썩. 내가 힘을 줘서 빼더라도 쑥 빠질 것 같다.
"그래, 얼른 치과 가자." 이미 6시가 넘은 시간이라 급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마침 지금 와도 된다는 치과를 찾아냈다. 저녁밥을 준비하다 말고 딸아이와 손을 잡고 함께 집을 나섰다.
“어머니, 여기 밑에 보시면 영구치가 있지요? 영구치는 다 있네요. 오늘은 흔들리는 유치 2개를 발치하겠습니다.”
아이의 뼈가 앙상히 흑백사진으로 찍혀있다. 사진의 뼈들은 표정이 없지만 옹기종기 자리 잡은 치아는 귀엽고, 그 아래 묻혀있는 영구치까지도 대견하다. 딸아이도 신기하게 자신의 치아 사진을 보고 있다.
딸아이는 치과 의사 선생님 지시대로 입을 크게 벌리고, 선생님은 도구를 이용하여 쑤욱~ 힘을 주는가 싶더니 아이의 작은 이빨이 나왔다.
발치된 곳에 한껏 솜을 물고 뭐라고 나한테 떠들어댄다.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핑크색 이빨 모양 플라스틱 통을 흔드는 것을 보니 울지 않았다고 칭찬받은 자신을 나에게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수고했어. 솜은 30분 있다 버리면 된대.”
저녁밥을 먹으며 오빠에게 이빨 뺀 것을 자랑하는 둘째 아이가 재미있다. 큰 아이도 동생의 무용담에 적절히 반응을 해준다.
둘째 아이는 치아가 있던 자리에 바람이 통해 시원하다고 좋아하고 있다. 내 눈에는 아직 아기 같은 아이가 늠름하게 치과에 누워있던 모습이 생각나 기특하기만 하다. 이런 우리 아이들을 보니, 나의 유치 뽑기가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집에 누워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이빨 느낌이 이상했다. 그래서 문질 문질 하다 보니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니 "응 좀 있어봐."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하셨다. 엄마가 의연하니 자연스레 나도 마음이 놓여 편하게 있게 되었다.
며칠 있다 보니 혀로 살짝 건드려도 이빨이 심하게 흔들렸다. 엄마가 다시 이빨을 보더니 실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엄마의 명령대로 입을 벌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 더 크게!!" 입을 크게 벌리느라 살짝 작아진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 이빨에 실을 이리저리 묶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줄을 길게 빼 문에 걸었다. 응? 이게 뭐지 하는 순간 문을 세게 쾅! 하지만 내 이빨은 빠지지 않았고, 그 이후로 언니와 아빠까지 동원하여 문을 닫아 보았지만 이빨은 그대로, 나는 엉엉 울었다.
결국 엄마는 내 이마를 세게 뒤로 쳐서 이빨과 나를 분리시켰다. 나는 무섭고 아픈 마음에, 마지막에는 이마까지 얻어맞아 서럽기까지 해서 펑펑 울었고 우리 부모님은 뭐가 그리 웃기는지 나를 보고 웃어댔다.
나를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더 크게 웃는 그 모습이 얄미워서 나는 더 크게 울었다.
아마도 우리 부모님은 둘째였던 내가 우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을 것이다. 그래서 더 크게 웃으신 것이 서러운 내 눈에는 놀리듯이 보였던 것이다.
아마도 지금 내가 둘째를 보는 눈으로 우리 부모님은 나를 바라보셨으리라...
지금은 우리 부모님의 나이가 70을 훌쩍 넘으셨다. 지금의 나는 예전처럼 부모님께 응석을 부리지도, 필요한 것을 사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나를 만나면 이것저것 챙겨주시려는 부모님의 마음을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을 통해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