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1
꽤 똘똘하고 얌전해 보이는 남학생을 좋아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4,5, 6학년 그 무렵쯤.
갈수록 사춘기나, 조숙증이 빨라진다고는 하는데, 개인적 체험으로는 그 시기적에 사춘기에 접어들지 않았나 싶다.
충분히 괜찮을 수 있는 일들이 괜찮지 않아지기 시작했다.
여하튼, 그 남자 아이는 인기가 많았다.
공부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고, 다른 남자 아이들과는 다르게 까불까불 하지도 않았다.
정갈히 올려 쓴 무테 안경이 너무 잘 어울렸다.
나와는 별 특별한 얘기를 나눈 적은 없었고, 한번씩 서로 놀림말이나 시답지 않은 말들만 주고받았었다.
짝꿍이나, 6명씩 책상을 붙여 앉던 조를 바꾸는 날이 올 때면 그 애와 가까이 앉게 해 달라고 얼마나 빌었는지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조원으로 붙어 있게 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아이와 친한 다른 남자 아이는 이 애가 사람들 앞에서만 얌전하지 집에 가면 얼마나 야한 것들을 챙겨보는지, 아주 음흉한 애라고 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설령 그렇다 한들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 정도의 말들은 약간의 시기와 음해의 말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마 철저하게 그 애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6학년 때 내 어린날 인생 중 가장 큰 시기가 왔다.
칭찬 스티커가 다른 아이들 보다 유난히 많은 것이 계기가 되어 교실 한가운데 나를 세워두고 선생님은 아이들끼리 재판을 하게 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나를 수상히 여기는 아이들의 모진 시선을 받아내었다.
눈물을 뚝뚝 흘려도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그때의 진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몰래 스티커를 붙인 것 같진 않은데, 나만 많아져 있다는 것이 아직까지 나도 잘 모르겠다.
벌거벗은 몸에 수많은 생채기를 새기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 남자 아이는 한마디 해주었다.
" 안됐다... "라고.
시답지 않은 말을 건넸던 처음이자 앞으로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던 마지막 말이었다.
그런 그 애가 꿈에 나왔다.
잘 입고 다녔던, 하얀색 점퍼에 남색 바지를 입고 그 무테 안경을 쓰고 내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꿈속에서는 새학기를 맞아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고, 나는 머릿속에서 멋지게 나를 어필할 말들을 열심히 궁리하고 있었다.
입으로 중얼거리며 긴장된 마음을 여지없이 손톱과 입술을 뜯으며 동동거리고 있었는데, 그애가 뒤를 돌아보더니 내 턱 끝을 가만 가만히 만졌다.
순간 너무 따뜻한 손에 놀라 꿈에서 깨고 말았다.
워낙에 멋있었던 아이니까 지금도 멋진 남자가 되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으로 내려가지 못한 마지막 말이 오래 매달려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