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꿈 망상은

내 전문

by 사막물고기

담낭 제거 수술 후 몸이 쭉 무겁다는 기분이 든다.

늘 잦게 배앓이를 달고 사는 것 같고 수술 전의 고요한 배상태는 되지 못하는 걸까, 크고 작은 불편감을 신체 일부처럼 생각하고 살아가야 하는 건가 싶다.

마침 백일장 시상품으로 '아픈 몸을 살다'라는 책을 받아두었고 이제 미뤄두었던 이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뭔가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책은 따로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상황에 당도해서 읽어야만 감흥이 사는 책들도 있다.

병원에 다녀와서 잠깐 낮잠을 잤다.

꿈속의 세상은 전등 하나로 온 나라를 비추며 살지 모르는 어두컴컴한 곳이었고 나는 국경을 넘다 총에 맞고 쓰러졌다.

이윽고 달려온 남자는 내 곁에서 허겁지겁 무릎을 꿇고 위험을 무릅쓴 나를 책망하다가, 이렇게라도 얼굴을 본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늘 나하나만을 보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겠다고 웃다가 울다가 정신없이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이 짠하고 가슴이 먹먹하여 잠에서 깨어나서도 얼얼한 감정이 오래 떠나지 않았다.


꿈은 다차원 세계의 어느 한 생을 살아갈지 모를 또 다른 나의 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이 곳에 사는 나는 고독하고 앞으로도 고독하게 살다 죽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 삶을 인내하는 중이라면 다른 차원에 사는 나는 사랑 하나로 온몸을 던질 수도 있는 여자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쩐지 꿈속의 남자는 내가 아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선 결코 사랑으로 그것도 애틋해 마지못할 절절함으로 엮일 일이 없는 사람이지만 다른 세계 속엔 그렇게 이어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다른 세계 속엔 그 남자와의 인연을 꿈꾸는 나의 소망이자 시나리오일 수도 있지만 이 세계의 나는 그 남자에 대해 딱히 연애 망상을 펼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상형도 아니다.

다음, 다다음 차원에서 만나야 절실하게 그리워질 것 같은 사람이랄까..

이 세계에 사는 여자는 오가는 병원이 많아지고 내가 꾼 꿈이 가장 드라마틱하고 재밌다는 생각을 하며 밤에는 배가 아파 뒤척거리다 어둠 속에 마주친 강아지 눈동자에 위로를 받으며 사는 중이다.

그리고 그 세계 속에 사는 다른 나에게 조금 더 열심히 힘을 다해 사랑하고 살라며 응원을 보내고 싶기에

오늘 같은 꿈의 접선은 달달하고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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