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3
눈이 흩날리고 있다.
예전엔 눈이 참 좋았었다.
함께 맞을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유무를 떠나
나 홀로 사박거리며 발자국을 새기는 것도,
하얀 입김 쌕쌕거리며 공기 중의 눈보라를 만드는 것도 좋아했다. 그땐.
오늘과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는 환경의 내일을 맞게 되면
갇혀 있던 독방의 쇠사슬이 풀린 것 마냥 좋았다.
참 신기하게도 그때도 ' 예전이 좋았었지 '라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렇게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에 살던 시절을 그리며
늙어빠진 소리를 하는 동안 훗날의 나는 여전하게
' 그래도 그때가 좋았었지 '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날의 내가 조금 더 행복한 기억을 회상할 수 있게 정말 좋았었지라고 남겨 둘
오늘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해진미의 낙도, 재미도 , 쾌감도 잠깐일뿐,
허기진 마음의 단비는 결국 추억과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