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기억이 닿는 근래의 생 중 그래도 연인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2년의 기억이 있어
그 정도면 충분하다 싶다.
충분히 행복한 경험이었고,
충분히 야속하고 시렸다.
지나고 보니 의뭉스러운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유순하고 온화한 사람이니
변덕만 들끓지 않는다면 새 연인과 함께
사랑스러운 캐럴과 반짝이는 조명 아래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야 너를 궁금해하지 않고 찾아볼 충동도 들지 않고
담백한 안부를 궁금해할 수 있게 되었다.
꼬박 1년이 걸렸다.
쉼 없이, 떠올렸던 것은 아니었지만 없었던 일 마냥 털어지지도 않았다.
유난히 내가 더 너를 귀여워 한 덕에 한 번씩 꺼내 입으려
집어 든 스웨터에 덜컥 덜컥 걸려있는 짐승의 털 같이 콕 집어 버려도 버려도
살갗에 까슬거렸다.
예전의 나를 떠올리기 위해 버릇처럼 따라오던 함께한 추억도
이제는 아무 감흥 없이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다른 공기 속, 다른 세상이었다.
사람은 저마다 많은 세계와 시간 속에 살고 있었다.
내가 포개어지지 않은 세상에 겨우 씩씩해지고 있는 중이다.
꼬박 1년이 흘렀다.
수고했다. 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