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넘기지 않고 그래도 찾아왔구나.
눈이 왔다.
지면에 소복이 쌓인 눈은 올해 들어 처음인 것 같다.
쌓인 눈의 융단은 빛의 반사판이 되어 한 톤 밝은 색채를 입혀준다.
얼면 미끄러워 위험하고 녹으면 더럽게 질척거릴 뿐, 눈 좋아할 기분은 잊은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좋았다.
반갑고 오랜만이라는 글자를 써두고 싶을 정도로 귀하게 느껴졌다.
깨끗한 숨이자 날개였다.
게 중엔 눈이 있어서 즐거웠던 기억 몇 가지가 떠올랐다.
바다로 달려가지 않아도 바다 앞의 뭉근했던 결연의 자세가 쌓인 눈 위로 달려왔다.
하얀 바다를 건넜다.
건널 수 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