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연주와 함께 4월9일 낮 2시의 공연 '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보고 왔다.
의왕시에 살았을적엔 서울 나가는건 똥마려울적에 힘한번 주면 영차 나오는 것처럼 꽤 수월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다녔구나 하는 체감이 절로 드는 것이,
화성과 가까운 수원끝쪽으로 이사하고 나니 서울로 나가는 거리가 멀고도 멀었기 때문이다.
이사한 집에서 서울 나들이 본격 시뮬레이션은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날씨는 좋지, 서울대공원 근처부터 길은 밀리지, 2시안으로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공연 시작전 임박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공연장은 저번에 본 연극 텐과 같은 극장이었다. (스카이씨어터 : 동숭동 1-48 6층)
그랬더니, 저번과 같은 극장 바닥과 몇 소품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연극 내용은 짝사랑하는 남자와의 사랑이 이어지기 위해 준희는(여자주인공)
연애 흥신소 같은 사무실에 의뢰를 하게 되고
준희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주변인물들과의 이야기가 얽힌다.
연극 제목이 그녀를 믿지마세요 인것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서 끌어올려진 반전이 오 ! 할 정도였지 다른 내용 자체는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크게 흥미는 없었다.
뭔가 오글거리는 구석도 많고... 설정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 앞에 서로의 어깨를 꼭 껴안고 감상하는 커플은 흠뻑 빠져 재밌게 보는 것 같았다.
사랑과 연애의 시작 그리고 용기에 대한 삼각 관계를 믿고 있는 순수한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랑, 그 뭐하나 닳아지고 작아지지 않는것이 있으랴 하는 나같은 비관론자들은
자기 사랑가지고 이제 어떻게 해요, 이렇게 하면 될까요, 이렇게 하는 여자를 좋아할까요 동동대는
여자 준희라는 인물이 짜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무튼, 소극장 공연이 즐거우면 됬지.
그리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치즈가 올라간 낚지 볶음을 달달 볶아 날치알과 깻잎쌈에 싸먹고
부드럽다고 꿀꺽꿀꺽 마신 바나나 크림 막걸리 2잔에 얼굴이 쎄하게 달아올랐다.
밥은 먹어 배는 부르고, 날씨는 좋아 걷고 또 걷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그 길목에 달달한 마카롱을 베어물며 가니 아 이런게 행복한 순간이구나 싶어 머릿속에 스냅샷을
찍어두었다.
혜화역에서 창경궁을 둘러 크게 빙 돌아 다시 혜화역으로 돌아왔고,
기왕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 서울 나온김에 저녁무렵의 북촌 한옥마을 길도 걷고 가기로 했다.
혜화에서 버스로 4-5정거장만 가면 되었다.
벚꽃 잔뜩 핀 거리를 골라 꽃놀이를 가야겠어! 하고 가는것도 좋지만
어쩌다 설렁 설렁 거리를 다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잎을 보면 그마저도 나를 위해 존재했었던 것 처럼
반갑고 고맙고 벅찬 기분이 든다.
눈깜박하면 인생의 좋은 날은 지나간다고들 한다.
그말이 어느정도 이해되기 시작하고, 날 좋은 적 집에 있으면 아까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나도 어느덧 피고 지는 청춘속 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나 보다.
아쉽지만 슬프진 않다.
전보다 훨씬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온화한 클래식을 켜는 바이올린 현의 음율 처럼
마음은 평화롭다는 생각이 절로 드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