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많고 사근사근한건 역시 강아지라고 생각했다.
집안에서 부대껴 살아가야 한다면 주인에게 충성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온 털 끝으로 뻗쳐 있는 강아지를 키우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고양이는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정도만 알았지, 자세한 습성이나 성향은 잘 알지 못했었는데 요 근래 고양이 관련 유투브 채널에 폭 빠지게 되면서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고양이 이미지와 영상속에서 보여지는 고양이의 모습이 사뭇 달라 신기하면서도 그 간극에서 고양이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뒤 생각해보니 가까이서 고양이와 눈을 마주한적도, 털을 쓰다듬어본 적도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려워 하고 오해하고 있었던건, 낯선 사람뿐만 아니었나보다.
수원역 근처에 있는 '고양이네 생선가게' 고양이 카페에 친구와 방문했다.
고양이네생선가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 29-1
꽤 많은 머릿수의 고양이와 종류가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도 있어서, 이름을 찾아 불러주는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카운터 옆을 지나며 발길을 재촉하는 고양이를 따라가 보니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냥이들만이 들락거릴 수 있는 낮은 문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시 강아지와 고양이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였다.
카우터에서 1인 카페 이용료 8,000원을 선결제한 뒤 음료를 골랐고, 1,000원의 간식을 준비해 고양이를 유인해보기 시작했다.
고양이 카페에 몇번 다녀온 친구 말로는, 오뎅꼬치 같은 장난감에 애들이 질리게 놀아봤는지 장난감에는 별 반응이 없고, 그나마 반응하는건 간식이라고 했다.
정말로 장난감에 눈길 주는 고양이는 한마리도 없었고,
간식도 좋아하는 냥이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냥이들이 있었다.
한 발자국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면 착하게도 그 자리에 얌전히 있어주었다.
(정면 사진을 찍는건 쉽지 않았지만)
줄곧 보아왔던 강아지와 다른 모질과, 윤기, 발모양, 생김새 하나하나 신기했다.
앞 발은 동실동실 굴려모아있으면서 뒷발은 좁쌀같은 발톱이 삐져나와있는게 웃겼다.
간식을 제일 좋아한 냥이는 아비니시아 품종의 써니였다.
날렵하고 가벼운 체구를 가졌으면서도 간식은 주는 대로 끊임없이 받아먹었다.
약간 위로 올려 간식을 주면 앞발로 톡 낚아 채듯 제 쪽으로 끌어와 입에 집어넣었는데 그러면서 고양의 발톱끝과 발바닥 코와 입주변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까끌까끌한 혓바닥이 손을 쓸어주는 느낌이 묘했다.
카페 가운데 크게 위치한 캣타워에 아예 자리를 잡고 잘 내려오지 않는 고양이도 있고,
천장쪽에 매달린 유리선반에 배를 깔아 짜부시켜준 덕에 구경거리를 제공해주는 냥이도 있었다.
(요 뚱냥이는 오랜시간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 잘 꾸며놓은 카페들에 비하면 다소 허름하게 느껴지는 공간일 수도 있지만
자유롭게 노니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냥이들이 놀라지 않을까 소리를 낮춰 이야기는 손님들이 오는것 같아 좋았다.
어느새 무릎위나 탁자 위로 올라와있는 고양이를 조심 조심 귀여워 할 수 있어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오랜시간 정을 들여 사교를 나누고 신뢰를 주는 고양이의 신중함과 부산스럽지 않은 모습이 고양이만의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보석같은 우주를 담은 눈을 가만히 보면 머릿속이 비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