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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Aug 27. 2017

행궁근처 산책,하늘,미술관

                                                                                                                                                                                                                                                                                                   

오후 네시의 행복을 알까,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고, 하루를 마무리 하기에는 이른 시간.

미뤄둔 일을 부랴부랴 하게 될 조급함도, 다음날로 미룬김에 한껏 더 여유로울 수도 있어 그 선택도 온전한 나의 몫으로 남겨진 선물같은 시간이다.

숨막히던 더위가 한 풀 풀어져 있었고 간질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이제는 제법 가을티가 나는 볕에 한주내 꿉꿉하게 젖어 있던 마음이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야트막한 언덕 높이에 있는 팔달사에는 처음 들어가보았다.

화성 행궁 근처는 자주 왔었다고 생각했는데, 메가박스 영화관이 있는 줄도, 이렇게 아담한 절이 있는 줄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지역,상식,사람의 성격 등등은 완벽하지 않은 허점을 노려 굉장히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어느새 알아가는 속도보다 변화하는 속도가 빠른 세상에 살며 
어렵게 열었던 마음은 사소한 오해와 상처로 쉽게 닫혀 버린다.



가림막 하나 없는 햇빛 아래 해바라기는 작열하는 메마름과 함께 키를 쑥쑥 키운다.
목마름을 부르짖고 있는 잎을 보면서 꽃 한송이도 고통 없이 크는 법이 없음을, 
그래서 쉬이 좌절하고 침울해지는 스스로를 반성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궁 광장 뒷편의 거리는 체험 공방들도 많고, 수공예품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행궁 바로 옆에 있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SIMA)에도 들렀다.



수원미술을 재조명 하는 기획전 ' 그것은 바로 그것이 아니다 ' 전시가 제1,2전시실에 있었다.


황민수 <생성과 소멸> 1996


1980-1990년대 수원의 실험미술 흐름을 이끌었던 '컴아트 그룹(Com-Art Group)'의 작가 전시품은 제1전시실에  '슈룹(Shuroop)' 의 작가 전시품은 제2전시실에 나란히 마주되어 있었다.


예술에 대한 고정 관념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양식을 부정하며 벗어나려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박이창식 <刀 대법전> 1996




미술관 2층의 제4,5전시실은 '말하기의 다른 방법' 전시전을 볼 수 있었다.



예술가들이 즉흥적 아이디어를 기록해 왔던 종이,펜,글 혹은 그림 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현대 사회의 발전된 사진기술을 이용하기까지 사진과 드로잉이 가진 공통 속성-기록성과 시간성에 기인된 표현방식 외에 내면의 형태를 표현하고 대상의 본질을 잡아낸다는 취지의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벤 하이네


사진과 그림, 평면적인 전시매체에 순간이 담긴 시간과 감정의 공감을 위해 시도된 작품들이 신선했다.
어떻게 말하는지가 방법론이라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목적론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오늘 하루 내내 하늘 중 어느곳으로 눈을 돌려도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하늘이다.
이런 하늘을 보고도 좀처럼 개운해지지 않는 기분이 계속 되고 있어 
코가 시큰하도록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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