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다녀온 미술 전시회 관람기를 길게 적어보려고 끙끙대다가 실패했다.
사진은 열심히 찍어둔 덕에 글자보다 많은 사진을 더덕더덕 붙여 올려버렸다.
그 어느때보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부쩍 더 쓸 수 없었던 이유를 막연히 ' 뭘 써야 할 지 생각이 안나니까 ' 정도로 뭉개놓았었는데 '책은 도끼다'를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박웅현 작가의 인문학 강의를 책으로 편간했는데, 주제는 작가에게 울림을 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문장에서 감명을 받았는지, 오독오독 씹어 감동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풀어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 정도의 울림을 오래 간직하기 위한 독서법도 곁들어 알 수 있게 해준다.
내가 그동안 읽었던 책들도 독서 당시엔 분명 좋은 내용들이 많다고 생각했었고, 짧게나마 감상평을 남기는 것으로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책장을 덮고 나면 떠오르는 문장들이 없었다.
어렴풋한 줄거리들만 떠듬거리면서 혹 책 소개에 관한 대화주제에 겨우 설명할 정도는 되겠지만 다른 소개글을 읽는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김 훈 작가를 소개한 두번째 강의글에서 나는 왜 글을 쓸 수 없었는지 부끄럽고 신랄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김 훈 작가는 치밀한 사전조사와 객관적 지식의 거름을 이용해 감성의 영역을 파고드는 수필을 썼다.
순간적인 감정, 모호한 단어나 설명으로 가려진 아이같은 글이 이제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었고, 그런 편으로라도 흉내를 낼 수도 없었다.
보고 느끼고 다녀온 곳에 대한 사실적 정보위에 생각을 쌓아 차분하면서 힘있는 유익의 글을 쓰고 싶다고,
성숙한 글을 이제는 써보고 싶다고 바라면서 쥐뿔도 아는게 없었다.
알은 체 할 만한 콩알의 지식도 없으면서 정보와 감동이 있는 누가봐도 잘 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풀어낼 재간이 없는건 당연했던거다.
많이 아는 사람이 꼭 잘 가르치란 법은 없다지만 책은 많이 아는 사람이 더 깊이 읽을 수있고 느낀바에 대한 표현을 잘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스럽게도 박웅현 작가는 '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있지 ?' 싶은 책 속의 작가 생각을 보고 그 시선에 빌려서라도 주변을, 삶을 보며 변화를 느끼라고 긔띔해준다.
정말 멋진 문장을 발견했을 때 내 주제를 넘어 덜 컥 따라가고자 작문이 힘들다고 툴툴대지 말아야겠다.
좋은책,마음을 간질이는 문장에 충분히 감동하고 담아두는 연습이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다.
보고 느끼는 사고가 풍부해지면 글이야 훨씬 수월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