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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May 27. 2018

강릉 경포대 탐방과 네온조명

장롱면허에서 벗어나고자 기지개를 켠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이기 때문에, 자가용이 필요하다면 엄마차를 좀 빌려주십사 굽신거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직접 운전해서 떠나기보다는 친구와 함께 여행상품으로 동승하는 편을 곧 잘 택하고 있다.

사실 서울,경기권 안에서 나들이 정도로 시간을 보냈었다면 멀리 교외로 다녀보기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처럼 놀았던 거지 뭐 ~ 샐쭉댈 생각은 없다.
우물안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알차고 보람차게 나들이를 즐겼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대형쇼핑몰과 도심속에서 아이쇼핑을 즐기고 문화생활도 좋아하지만
자연을 벗삼아 여유롭게 걷고, 먹고, 쉬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이번엔 '프립'이라는 어플을 통해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다녀오게 되었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고심할 것도 없이 여행이니까 여행이라고 부르는데 뒤에 '상품'이라는 단어가 같이 붙으면 시골영감 처음타는 기차놀이처럼 무지렁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다른 단어들을 골라보는 중이다.
네온 조명을 만들고 주변을 구경하는 체험을 했으니 이번에는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고 싶다.
                                                            

                                                    비용은 15,000원이었고 오전10시에 사당역에 모여 출발했다.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을 흘끗 보다보니 다들 푸르고, 젊고, 청초하고, 예쁜 남녀들이 생글거리면서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고 곱다 하며 할머니 같은 소리가 나왔다.
물론 신체적,생물학적 시계는 아직은 젊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선명하고 진한 시계바늘 앞에선 한참을 돌고 돌아온 피로가 느껴진다.                     

                                      
강릉에 도착하여 네온조명만들기를 먼저 하고 이후에는 경포대 해수욕장 주변으로 자유시간을 보냈다.
밑그림에 LED바를 대고 구부릴 수 있게 모든 재료는 준비되어 있지만,결과물은 천차만별이었다.
야심차게 야자수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었더랬다.
야자수가 큰 나뭇잎으로 나뭇잎에서 삼각 트리로 점점 곡선의 간소화가 진행되다가 여러차례 조물딱거린 네온바의 시작점이 되는 캔뚜껑쪽 구멍이 헐거워져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 모양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오는 좌절을 맛보았다.
작품명은 야자수가 되고 싶은 상추의 꿈이다.                                                            

    

    

바닷가 근처에 살던 옛친구가 매일 보면 바다도 바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했었다.

결혼도 해 본 사람은 해도 돼,안해도 돼 가타부타 말해도 면이 서지만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결혼은 그냥 바다가 아니라 우와 바다다 

딱히 대단할 것도 없고, 마냥 부러울 것도 없지만 숨 한번 쉬고 우와,라고 붙여줘야 할 것 같다.

결혼과, 바다앞에 선 막막한 느낌을 시작하고자 할때, 그렇다.                                                                                                                                                 

산책길 주변에 데크길이 잘 깔려 있어 모래와 사투하지 않고도 쾌적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해변가를 마주본 방향으로 놓여진 그네에 한참을 앉아 구경했다.
뒤뚱거리는 아가들, 노란색 커플티를 맞춰 입고 사진을 찍는 커플,주인옆을 지키는 의젓한 강아지,수상해보이는 무슨관계일까?의 남녀, 짜장면 배달을 위해 해변을 가로지르는 사륜오토바이 등등등
어디선가 본듯한 그림에서 한발짝 물러나와 프레임 중간에 걸터 앉아보니 이 그네였다.
상관없는 일이고, 상관없을 일인데 사소한 것 하나까지 나를 관통시켜 서운하고 속상한 것을 만들어내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생각하지말자, 털어내버리자 라고 마음을 먹는다면, 그 순간부터 다시 곱씹게 되는게 무시받고 하대받는다는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3인칭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이 그네에 앉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속하지 않은 풍경은 보기 좋은 그림이 되고 살가운 정경이 되는것을 보니 그래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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