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오오오오상한 꿈을 꾸었다.
결말을 보기 직전 알람 소리에 잠이 깨서 억지로 잠을 청하면 선잠 속에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더라 하는 결말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두근거렸다.
하지만 잠을 더 자는 것도, 연속된 꿈을 꾸는 것에도 실패했다.
깨어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눈을 뜨다 말다 몽롱한 기운 속에 생생히 떠오르던 이야기 줄거리와 감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식어갔다.
꿈에선 그동안의 회사생활을 하며 만났던 이성들이 나왔고
그래도 이 사람은 내 편이지 않았을까, 다른 이들보다는 나를 조금은 더 특별하게 아껴주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들과 난 술을 마셨고 약에도 손을 댔던 것 같다. (약 빤 느낌도 모르면서..)
마음은 충동과 간질거림으로 불타고 있었으나 혼신의 힘으로 붙잡고 있던 이성이 초인적 힘을 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우리의 관계는 순수하게 서로를 지지해주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얼굴을, 민낯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이로 지켜내고 싶었다.
키스에서 볼을 비비는 것으로 목과 가슴 언저리에 떠도는 손을 어깨에 걸쳐 안아주는 형태로 자세를 고쳐 나갔다.
나는 그에게 한순간 욕정의 대상과 후회로 남기보다 어리광을 피우고 싶은 여동생이 되길 원했던 것 같다.
그저 조금의 걱정을 끼치기도 하고 걱정을 받으며 ' 아 나도 누군가를 신경 쓰이게 하고 있구나' 정도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었다.
관계를 지속하는 친밀한 방법에 대해 아직도 난 오해하고 있을 거란 느낌이 든다.
꿈의 결말은 이렇다.
나른히 기대던 등과 어깨는 사라지고 돌팔매질을 당하며 쫓겨나다 온 동네를 숨이 차도록 뛰어다녀도 숨어있을 곳이 없어 빨랫줄을 잡고 위로 위로 위로 올라갔다.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헉헉거리고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건너갈 수단은 외줄 하나뿐이었다.
줄에 발을 딛는 순간 잠에서 깼다.
매 맞지 않고 살아남았을까? 줄에서 떨어지진 않았을까?
함께 매를 맞아줄 사람은 있었을까? 꿈속에서 내 안전이 궁금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