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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Apr 02. 2019

유통기한

3년이 한계

3년 전에는 이맘때쯤 제주도로 떠날 준비를 한참 했었다.


반지하에 있었고 주제도 모르고 혼자 일하는 자택 근무 적응에 실패했을 때였다.

3개월 남짓을 집에서 혼자 울다, 심심함에 몸부림을 치다, 어느 누구라도 닿아있고 싶어 

아무나 만나고 후회했던 시간을 보냈었다.


익숙한 공간을 익숙한 나날들로 채우다 보면 비슷한 사고 회로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

(좀 새로운 시선을 바라봐, 발상의 전환을 해봐 나답지 않게 생각해봐 라고 해도 멍해지는 상태)


그래서 처음 자발적으로 국내든, 해외든 제발 떠나자!라는 생각이 간절했고 그렇게 제주도를 다녀온 기억이 있기 때문에 한 번씩 ' 이게 원했던 방향이 맞았나' 물음이 들 때면 열병처럼 다 내던지고 도망쳤던 제주도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아침에 눈뜨면 일정량 내 몫의 조식에 감사하고 그날 하루 열심히 발을 굴려 돌아다니고 광활한 경치를 눈에 담고 감탄하고 배가 고프면 먹고 앉아 쉬고 싶으면 쉬고 단순하면서도 매 순간 충만했던 여행의 삶이 그리워졌다.

그러고 보니 '여행'이라고 할 만한 추억도 쌓지 못한 채 3년 전 제주에서 지금까지 흘러왔다.


2016년 4월 5일 비행기를 탔더라


다시 사람들 품으로, 단체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한 발짝 떨어져 나의 거릴 유지 하며 지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실패했다는 느낌이 든다.


따라서 재충전의 방점을 거친 뒤 제2의 임무를 다시 설계한 후 방생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군은 3년 사회성 개발 프로젝트에 실패했네, 다시 귀환하게!!'


부름을 받고 싶다. 교신을 쳐달라 제발.

부름에 응답하라.


Rudolf Kosow "Missing piece

그림 출처 : https://www.instagram.com/p/BvZDsnwg4nY/?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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