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상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물고기 May 03. 2019

[책] 일하는 마음-제현주


좋은 노동을 하기 위해서 기업의 변화, 사회 시스템을 먼저 거론하거나 개인의 발전을 전투적으로 독려하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적어도 예상한 전개 방식은 아닐 것 같아 읽게 되었다.


내 직업에 대해 어떠한 마음으로 각오를 다져야 할지 어디까지가 돈 버는 수단으로 직업을 이용하는 건지 

어디서부터 직업 소명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인생에서 직업분야는 고민의 일등 거리이자 자존감 도둑이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일이 경력이 되어가고 있었고 비슷한 분야의 재취업이 이어지는데 회사명만 바뀔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일이 아닌 다른 것, 이 수단이 아닌 다른 돈벌이 수단을 찾았어야 하는데 지금의 일이 인생 전체의 일인 것처럼 일 자체에 기가 질려버린지라 좋아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을 찾아볼 에너지도 기호도 생기지 않았다.

 

전보다는 스트레스 관리에 익숙해졌다는 것 외에 일에 임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은 읽기까지 굉장한 시간이 걸렸다.


작가는 커리어가 확실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골라 원하는 업무를 했던 사람인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잘난 사람들의 심오한 자랑거리, 철학을 훔쳐본 불청객이 된 기분이었다.


'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소양과 덕망이 부족한가' 얕은 마음을 돌아보고, 비교해 보느라 책장을 잘 넘길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의 일을 업으로 삼아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자 살아온 삶의 결과인데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며 좌절하고 싶지도 않고 나의 일을 '이것밖에'라고 깎아내리고 싶지 않다.


반대로 대단하게 힘든 일이라거나 아직도 이 일을 하는 숙명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살다 보니 살아졌어요 같은 나의 태도들이 현재의 위치를 만든 게 아니겠는가 겸허한 자기 판단의 기준을 고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원하는 업무가 어떤 것인지 장, 단점을 보완하여 잘해보고 싶은 업무가 어떤 것인지 현재 하고 있는 일 안에서 방향성을 바꾸어 다른 목표를 세워볼 수도 있었던 거다.


목표 없이 살다 보면 현상 유지 혹은 퇴보 밖에는 길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이에서 오는 재취업과 업무의 한계에 부딪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회사 안에서 불충분한 느낌은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하루하루 생각이란 걸 하고 회사로 가든 사직서를 내든 생각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겠니? 미지근한 마음을 꼬집는 책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