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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Feb 17. 2020

사랑이 전부일리 없지

[영화] 작은아씨들 (스포가득..)




아이가 많은 왁자지껄한 가정은 다복할 것 같지만 피곤할거란 편견이 있었다.

서로 쥐어 뜯으며 싸우고, 울고, 엄마 아빠를 찾고 어른들의 등쌀에 씩씩대며 억지로 화해를 하지만 그 화해가 그렇게 또 진심으로 굳어져 갔기 때문에 언제그랬냐는 듯 싸우고 붙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끝이 날 줄 모르던 전쟁을 함께 겪어온 피붙이가 형제,자매,남매인것이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네자매가 함께 식탁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언니들을 따라 가겠다고 땡깡을 부리는 등 모든 사건과 일상에 네자매가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고  아이 많은 가정은 고단할 것이란 편견의 근원지는 외롭거나 쓸쓸한 감정을 잘 견디지 못하는 나의 나약한 성정이 만들어낸 질투였음을 깨달았다.

나에겐 남동생 한명이 있고 엄마와 아빠와 함께 4인 핵가족으로 살고 있었을 때도 적막함이 깔릴 틈 없이 소란했엇다.

그것이 사랑이 깃든 화목한 웃음이었을 때도 있지만 그보단 분노, 관심의 갈구, 더 갖지 못함에 대한 불평일 때가 더 많았기 때문에 함께 모여 살던 시절을 마냥 그리워 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작은 아씨들의 자매들이 함께 복작대는 유년시절에서 베스와 엄마만이 남아있는 집에 조가 돌아온 공허함의 대비가 마음속 쿡쿡 서늘히 들어차 유독 시리게 했다.

첫째 맥이 결혼하기 전 언니의 무릎을 껴안고 이젠 나의 가족이 모두 함께 할 수 없음을, 나의 가족이 또 다른 가족을 꾸려갈 수 있도록 보내주어야 함을 인정한 조의 ' 나의 유년 시절은 이제 끝났다 ' 라는 대사에서 펑펑 울고 싶었다.

시간에도 얼굴을 그릴 수 있다면 야속하고 원망스러운 낯빛을 새겨주고 싶었다.




한편, 붙잡아 두고 싶은 소중한 시간들은 슬로우 모션을 건 극적인 순간으로 표현되어 인상적이었다.

시간은 나의 편일때도, 절벽끝으로 몰아세우는 파렴치한일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조가 자신의 글을 품고 출판사로 달려가는 발걸음, 에이미가 프랑스에서 로리를 만나는 순간은

어쩌면 이 두자매가 몰두해 있었던 당시의 열정이 곧 그녀들이 선택한 삶의 결과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전조가 된다.



옆집 남자 로리와 자매들의 관계를 어떻게 똑 떨어지게 정의 할 수 있을까.

맥과 베스에겐 비교적 심플한 이웃동생, 오빠 같은 관계랄 수 있지만 조와 에이미 사이에선 사랑의 열병을 함께 앓아온 동료이자 정인으로 엉켜 있었다.

조부의 집에 끌려와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를 강요받던 로리에게 조는 자신의 배움과 사상, 철학이 확고한 여전사였다.

로리의 지루한 생의 순간 순간을 살아있음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조와, 조의 자매들을 만나던 날들이었다.



그리 근접한 비교가 아닐수도 있지만 로리가 조에게 빠진 연심은 우리가 학창시절 아이돌에게 빠져 버린 지점과 닮아  있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늦게 로리의 사랑을 받아주지 못한 조의 후회와 번복의 편지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토해낸 열병에 더 가까운 듯 보였다.

로리가 에이미를 선택한 것에 얼이 빠진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로리와 조가 어울리지 않는 이유들을 탐닉했는데 그 이유가 결국 미완성된 인연이자, 그 둘의 한계점이었다.

또한 '사랑은 타이밍'이란 불변의 진리가 성립된 것일수도 있겠다.



조가 아무리 시대의 깨어 있던 여성이라지만 대고모의 여성차별에 순응하는 태도와 대고모와 많은 여성들을 길들인 당시의 사회적인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었다.

사랑받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그 편에 좀 기대 살고 싶다는 마음을 실은 너무 외로웠다고 어머니에게 토로하는 모습에서 조는 또다른 나의 분신처럼 느껴졌다.



조의 곁에 자애로운 어머니가 계셔서 다행이었다.

내 곁에도 나의 외로운 등을 한번씩 쓸어줄 엄마가 있어 위안이 되었다.

어머니는 네 자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규정하여 세상을 마주하게 하지 않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성심을 다하여 오직 행동으로 자매들에게 박애와 사랑을 가르쳤다.

그런 어머니의 각 일부분을 닮은 자매들이지만 조는 유독 책임감이 강한 기둥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아들'의 역할을 도맡아 했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기에 리더십과 책임감이 남달랐던 조라고 평하고 싶다.

저자로서 그녀의 협상은 어찌나 똘똘하고 통쾌하던지!

소설속 주인공은 로맨스를 원했던 시대의 흐름에 제물로 바치고 현실에서 조는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전진하고 있었다.

로맨스가 세상을 구원하지 않는다.

한때 진심으로 사랑을 원했던 조였기에 더 절실히 사랑으로 세상을 바꿀줄 아는 여성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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