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니깐.
술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얼굴은 부어오르면서 빨갱이로 변하지 숨 쉬는 것도 힘들지,
세상에 이런 몰골로 살아가는 게 참 힘든 일이라는 구슬픈 생각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농담반, 진담 반이지만 진담 조금 더 담긴 말로 숫제, 사는 게 급작스럽게도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술자리가 주는 힘을 믿는 편이다.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들을 알코올힘을 빌어
용기 있게 치근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드러내기조차 쑥스러워 숨겨져 있던
적극성과, 대범함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술이 깰라치면 다시 몸서리치게 후회로 변질되는
인격성을 내 바로 옆자리에 앉히고
조목 조목 참견하게 놔둔다.
성인 하고도 벌써 10년을 더 산 이후로 느낀 바인데, 이 술자리들도 어느 정도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
‘ 사실은 많이 고마워하고 있었다 ‘
‘ 너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
‘ 그리고 회사의 이 부장, 김 팀장, 박 과장은
썩어 빠졌지 ‘
‘ 다 우리가 잘 해보고자 일어난 일들 아니겠는가 ‘
뭐 그런, 시시콜콜한 현재 우리 관계에 대한 보고서 같은 말들.
맘에 안 드는 안주에도, 함께 마주한 이 시간이 참 귀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고,
좋아하는 달큰한 술에 새로운 먹거리가 가득해도 진척 없이 발전 없는 말들로 맴돌 때도 있다.
마가리따 잔에 꽂힌 먹지 않는 레몬처럼
같은 시간을 보내도 더는 입에 걸릴 말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 맛없는걸 버려 말아. 애꿎은 고민에 레몬만 짓이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