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상일지

여행책을 대하는 법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안시내작가)

by 사막물고기



책을 좋아하는 직장동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니'가 있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그 책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 거리면서

굉장히 신나 하신다.


책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전시, 공연 등등 다방면 한 문화적 관심을 드러내고 계신데,

그 모습은 한 사람을 참 빛나보이게 했다.


모두가 일정 분야에 전문가로 부를 수 없겠지만, 누구든 일정 분야에 애정의 주인으로 설 수 있다.


특히 '책'처럼 가까이 두고 싶은 욕심만큼 사랑하지만,

쉬이 가질 수 없는 습관의 힘을 실감하게 될 때면 여전히 책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과의 대화는

속이 꽉 찬 열매를 맛보는 기분이다.


우스갯 소리하듯이 하셨지만 정말 행동으로 보여준 " (본인 이름) 도서관을 이용하세요~ " 의 첫 추천책은

여행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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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기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글을 읽으며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지만,

나는 떠나 본 자들의 자랑 같다고 느껴 고깝게 보는 꼬인 사람이라 언제부턴가 읽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떠나고 싶고, 지금도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 어쨌건,

앞서 실천한 사람들의 기록들은 너무 부러워 외면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생은 그 자체의 이야기일 뿐, 나의 감상을 넣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번에야 말로 편견 없이 떠난 그들의 뒷배낭에 실려 이야기를 들어보겠노라 생각하며 책장을 폈다.


참 개인적인 자기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솔직히 풀어 썼다.


약간의 겉멋 든 문체들도 보이긴 했으나, 뭐 어떤가 작가 그녀 나이는 고작 22살인걸.


나이를 떠나 주어진 자기 생을 열심히 살고, 스스로 치유할 줄 아는 이 사람과 친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매력이 많은 귀여운 친구일 것 같다.


독자를 여행친구로 만든 작가는 분명 재능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다.


내가 여행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나약한 변명중 하나는 낯선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껄끄럽다는 것이다.


어쩌면 ' 저는 낯가림이 있어서요 "라는 말로 사람들과의 선을 스스로 긋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 언젠가 만나면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고 품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나와 다른 이유들을 잔뜩 갖춘 사람과, 세상과의 여행이라는 테마를 내가 만들어버린 꼴이었다.


사람 냄새 담뿍 나는 여행을 하자고 테마를 정한 22살 시내작가에 비하면 얼마나 좁고 편협한 생각인가

부끄러워진다.


내 세계의 벽이 손끝에 닿는다.


그래서 여행책은 자극제가 된다.


' 당장 떠나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세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거야 '라는 여행작가들을 다정하게 느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