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 Jan 27. 2020

죄책감이라는 굴레

정신분석적 정신 치료(이하 상담)을 받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 그중에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죄책감"이다.

어떤 일이 생기던 어떤 생각을 하던 결국을 내 탓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생각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진현이를 1박 2일 또는 2박 3일 친정에 맡겼을 때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가서 온 가족이 영화 보러 온 것을 보고는 진현이를 떼어 두고(할머니 집에 틀어박아놓고) 나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미안하다는 죄책감이 든다. 

반대로 진현이를 오롯이 내가 돌보게 되었을 때 진현이 때문에 너무 힘들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진현이 때문에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엄마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나라는 생각에 진현이에게  미안하다는 죄책감이 든다.

이래도 저래도 죄책감이 든다. 

돌아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 괴롭히며 지냈다. 좀 더 잘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고, 이렇게 하지 못한 나를 미워하고, 내 부족한 부분만 들여다보며 스스로 주눅 들었다. 모든 화살이 나를 향했고 스스로를 공격했다. 시들시들 시들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말과 글로 수없이 많이 접했다. 아니,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 자책하며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진현이에게 가지는 감정의 대부분은 죄책감이었다. 장애아로 낳아줘서 너무 미안하다는....

깨달았다고 뭔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깨달았다는 것은 변화의 시작이다. 시작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10년 이상을 교회에 다녔지만(중간에 몇 년 제대로 다니지는 못했지만) "예수님의 죄 사함"에 대해 매우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성경에서 설교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많이 듣고 알고 있고 심지어 행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내가 사랑을 어찌 알며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교회는 다녔지만 신앙의 깊이가 답보상태였던 이류를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과의 관계 역시 내 방법대로 단정 지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면 하나님이 싫어할 거야... 나를 벌하겠지.... 이러다 보니 진정한 평안의 길로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죄책감"에 대해 깨닫게 되니 내가 삶을 왜 이렇게 힘들게 느꼈는지 조금은 알게 된 느낌....

깨닫게 되었으니 변할 수도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에 처음 가보려는 당신을 위한 소소한 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