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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Jan 27. 2020

정신과에 처음 가보려는 당신을
위한 소소한 팁

1. 마음가짐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내 힘으로는 치유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나를 칭찬해 줍시다. 한발 더 나아가 정신과에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더욱 스스로를 칭찬해 줍시다.


무엇이든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하지?"

"다른 사람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도 잘 버티는 데 왜 나는 이런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자괴감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해서 병원까지 제 발로 찾아간 내가 너무 대견합니다. 사실 남들이 보기에도 평소와 달라 보이고 병원 치료를 권하는 상태가 되면 너무 멀리까지 왜 버려 마음의 병을 고치는데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2. 병원 고르는 방법

가기가 편해야 합니다. 집에서 너무 멀거나 주차가 어렵거나 해서 병원까지 가기가 어려우면 아무리 좋은 병원이라도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정신적,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병원 가기까지도 힘들다면 꾸준히 가기가 힘듭니다.

가기 편한 병원에 예약해서(정신과라 진료시간이 길어서 대부분의 경우 예약을 해야 합니다.) 일단 한번 내원해봅니다. 병원 분위기,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내가 지속적으로 다닐 수 있을지 결정합니다. 정신과라는 특성상 의사 선생님이 내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지(약만 다짜고짜 처방해주는 곳도 있다고 해서요.) 따뜻하고 솔직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지 등 내가 가는 병원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미리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믿을 만한 병원 찾았다면 전적으로 의사선생님을 믿고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약을 자의적으로 끊는다든지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약을 안 먹었다면 왜 안 먹었는지 얼마나 안 먹었는지까지 솔직히 이야기해서 약을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부작용도 상세히 말하면 좋습니다. 약의 종류가 많아서 약을 바꿔볼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3. 그래도 가기가 주저되는 당신에게 건네는 말

가기 전에는 매스컴에 나오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의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정신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보면 대부분 나처럼 겉으로는 평범해 보입니다.(특히 동네 병원)

가기 전에는 정신과에 가면 세상이 무너지고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막상 가보면 일상 생활에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랄 겁니다.


4. 나의 경우

나를 위해 병원 가는 시간조차 낼 수 없었던 상황이라 개원하는 동네 정신과를 갔습니다. 한 번도 안 가본 정신과였지만 이런 곳이 정신과고 이런 선생님이 나를 치료해주는 것에 믿음이 가서 단 한 번에 나한테 맞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건 순전히 운인 것 같긴 합니다. 한번 가보고 더 선입견이 생기고 가봐도 소용없다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약물치료를 3-4달쯤 했을 때 정신분석적 정신 치료를 권하셨습니다.(정신분석적 정신 치료 학회에 가입되어 있는 다른 정신과 의사 추천해주심) 병원 가는 시간조차 낼 수 없었던 나는 두어 시간을 내서 상담을 갈 수 없어서 2-3달은 그냥 약물 치료만 받았지만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기에 약만으로 치유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상담까지 받게 되었네요.

그렇게 2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에게 두 분의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든든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수다나 관계 유지도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정신적, 심리적 상태가 건강하지 못할 때는 그런 관계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처만 받기도 했어요. 확실히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의사 선생님과 내 상태에 대해서 상담하고 치료받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해도 안 해도 뭐가 좋아지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지지부진했던 1년 반의 상담 시간을 견뎌내다 보니 이제서야 뭔가 아주 조금 나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되네요. 정신분석적 정신 치료를 받았던 체험기는 다음에 한번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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