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다가 벤치 사이로 우뚝 자란 이름모를 풀을 봤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벤치 아래에서 기어코 그 좁은 틈을 찾아 높이 자란 풀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 겠다 의지를 다지다가도
이렇게 되는게 쉽냐고..무리다..툴툴거리다가
평생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시들어버리면 서럽고 분통터져서 안되겠다 싶다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맘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문득
이미 나는 벤치 사이 우뚝 선 풀이 아닐까?
자뻑을 해본다.
태어날때부터 옆구리와 장기에 가득했던 혈관종을 이겨내고
많이 배우지도 가지지도 못한 부모 아래서 대학을 졸업했고
초둥학교때부터 편찮으신 아버지...밑에서 스스로 내 밥그릇 찾았고
임신도 잘 안되는 몸뚱이로 겨우 낳은 장애가 있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워냈고
우울증과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고 싸우며 잘 살아내고 있다.
나는 이미 벤치 아래에서 시들어지지도 납작해지지도 않고 꿋꿋이 가늘디 가는 그 틈을 비집고 자랄 수 있을 만큼 쑤욱 자란 멋진 풀이다.
쓰담쓰담
다독다독
토닥토닥
내가 나를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