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면이 있다. 노래 가사 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
하지만 경향성이랄까...우세한 성향이 있다.
그 성향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중요치 않다. 이유 여하를 떠나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 부터 시작했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보려면 과거의 나를 더듬어 봐야한다.
지금의 나는 사회적인 요구, (어디서 주워들은 사실 내가 바라는 것도 아닌)내가 바라는 자아상, 환경의 압박으로 왜곡되어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나는 답을 알고 있어도 손 들고 발표하길 너무 부끄러워했다.
선생님 심부름으로 다른 반에 무엇인가를 전하러 갔는데 한창 수업 중인 그 반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문앞에서 서성이다 끝내 그 무언가를 그 반 문앞에 두고 올 정도로 소심했다.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있어도 요구하거나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다.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편안해 했다. 겁이 좀 많았다.
물론 사적인 자리에선 말하기를 좋아하고 나름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도 있긴 하다.
대학생이 되고 이런 소심한 성격을 고쳐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는 지금껏 노력을 해왔던 것 같다.
일부러 어떤 그룹의 장을 맡는다거나 자청해서 앞에 나선다거나 인도로 배낭여행을 가는 객기를 부린다거나 하는 류의 것들이다.
아이를 낳고는 더 억척스러워진 것 같다.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아이의 상황을 이야기 해야 했고 뭔가 엄마인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무감, 압박감이 있었다.
돌아보면, 대학생 무렵부터 지금까지 타의든 자의든 내 본래의 성향은 열등한 것, 좋지 못한 것, 개선해야 할 것으로 치부했다.
자기계발이란 것이 이런 생각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뭔가 나를 개선하거나 바꿔야 한다는...자기 부정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건 아닐까? (더 이상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싫은 이유)
뱁새가 황새 따라 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늘 불편하고 불안하고 이유모를 짜증과 화가 났고 사는게 힘들게 느껴졌다.
이제 나보고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성격이 왜 그러냐 바꿔야 한다는 사람도 없고 더 잘해라 더 부지런해라 더 배워라 하는 사람도 없다.
나만 나에게 그말을 하지 않으면 됬다.
그럼 쉽잖아?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자.
나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는 것은 하지 말자.
결심했다.
지긋지긋한 밥 차리기
뭔지 모르지만 어쟀든 어제의 나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압박감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딸
좋은 며느리
등등등등
여튼 다 내려놓았다.
그랬더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예전엔 이런 마음가짐이 '포기" 처럼 느껴져서 그래도 될까..싶어서 애써 이런 내 욕구를 꾹꾹 눌렀다.
이 정도면 괜찮다
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췄다고나 할까?
직장 있고
자식 안 버리고 키우고 있고
크게 법 어긴거 없고
충분해!!
너무 충분해!!!
이미 다 이뤘어.
뭘 더?
그러고 나니 생긴 변화
본래의 내 모습을 조금 아주 조금씩 알 것 같다.
세심하고 소심하고 조심조심하고 여리다.
예쁘고 아기자기한거, 안전하고 편안한 것 좋아하는 안정지향적이다.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고 하더니 내려 놓으니 그토록 찾고 싶었던 진짜 내 모습, 내가 원하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아직은 그 길을 가는 도중이라 뭐라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 요즈음이 너무 편해서 ...그 이유를 갑자기 휘갈겨 본다.
조만간 정리해서 글로 써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