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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Feb 16. 2019

얼떨결에 그냥 이루어진 내 꿈

우울증에 약일까? 독일까?

오래도록 꾸었던 꿈이  저절로 나에게 걸어왔다.



고등학교 때 내 꿈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에 진학해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늘 외국어인 영어만을 죽어라 배우던 내가 거꾸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상상만 해도 희열이 생기고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었다. 

하지만 꿈의 문턱에서 현실을 택했다. 비싼 사립대학교 등록금에다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면 생활비도 만만치 않게 들것이 뻔했다. 집안 형편상 부모님은 등록금도 사립대학교의 반의반 정도이고 서울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교육대학교를 권하셨고 나는 결국 고향에 있는 교육대학교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가슴 설레게 했던 나의 꿈을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 것은 아닐까? 교대에 다니면서도 내 마음은 늘 공허했다. 내가 원하는 길은 이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이 더 좋아 보였다. 요즘이야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이 불고 있지만 25년 전 한국어 교사는 블루오션이었다. 그 길을 갔더라면 외국도 나가고 혹여나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현실에 무릎 꿇은 나를 자책하곤 했다.

초등 교사가 되고도 방학을 이용해 연세어학당과 KOICA에서 하는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 연수를 듣기도 하였다. 공단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봉사를 하러 가려고 상담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꿈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직장 일에 치이고 결혼을 해서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게 되면서 현실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었다. 나에게 꿈이란 사치였다. 그런데 그 꿈에 대한 미련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올해 1년 동안 외국에서 온 초등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정말 한국어라고는 전혀 모르는 중도입국 외국 학생들이다. 

우리 학교에는 다문화 학생이 많다. 그래서 일반 반 이외에 한국어 교실이 1반  더 개설되어있다. 그 반에서 일정 기간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치고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내가 맡게 되었다.

업무량도 만만치 않고 우리나라 학생이 아닌 우리말을 전혀 모르는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감에 다른 선생님들이 선호하는 업무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한국어 교실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걱정이 되면서도 예전에 그 설렘이 되살아났다.

이렇게 꿈을 이루게 되는 건가? 내가 노력한 건 하나도 없는데 꿈이 나에게 마법처럼 다가왔다.

물론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원래 내 꿈은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것이었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신세한탄을 많이 하기는 했다. 그뿐이었다.(정말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나 보다)

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돌고 돌아 고등학생이었던 나의 가슴을 뛰게 했던(정말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가졌던 꿈이었다.) 꿈이  25년 뒤에 저절로 나를 찾아오게 되었는지... 나도 어리둥절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 나를 휘감는다.

팽팽한 긴장감, 해보고자 하는 의욕, 두근두근 설렘까지!!!



일상에 무력감을 느끼던 나에게 오랜만에 의욕이 샘솟는다. 샘솟는 의욕을 원동력 삼아 맡은 일을 잘 해내면 우울증 환자가 아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물러설까 봐 두렵다. 그렇게 되면 나는 더욱 우울의 늪으로 빠져 버릴 것 같다. 직장이라는 곳이 내 사정을 봐주는 곳이 었던가? 내 능력과 내 상태에 맞춰 일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또 일에 쫓기고 집안일에 쫓기다 보면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짜증이 늘고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다.


나는 지금 팽팽한 줄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맡은 일을 잘 완수하면 나의 우울감은 저 멀리 날아갈 것 같다. 반대로 포기하거나 힘에 부친다면 우울증이 더 심해질 것 같다.


묘한 긴장감 위에 서있는 요즈음이다. 


아휴!!!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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