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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Nov 15. 2019

자격지심 가지지 않기


                                                                                                                                                                                                                                                                                                                                                                        

방학 동안 늘 아들을 방과 후 컴퓨터 교실 앞까지 데려다줬다. 데려다 주기만 한 게 아니라 수업이 시작하지 직전까지 함께 있어 주었다. 데려다주면 기다리는 것은 혼자 있게 하고 싶었지만 다른 곳으로 가버 린다든지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말을 걸거나 소리를 질러서 어쩔 수가 없었다.

컴퓨터 교실을 딱 12시 30분이 되어야 문이 열리는데 아들은 집에 있기 지루하다며 자꾸만 빨리 가자고 해서 컴퓨터 교실 앞에 10-15분 전부터 서있는다. 그러면 아무도 없기 마련인데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게임을 하는 남학생 두 명이 우리보다 먼저 서있었다.

그 남학생들에게 관심이 간 아들이 그 아이들 옆으로 가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슬금슬금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게 아닌가? 가만히 있을 아들이 아니다. 그 남학생들을 따라간다. 그러니 그 아이들은 또다시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가만히 있으려다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무슨 게임하니? 게임하는 거 구경 좀 해도 돼?"라고 하니 그중 한 명의 아이는 아들이 가까이 다가가 게임을 봐도 가만히 있었지만 나머지 한 명은 끝내 멀찌감치 가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자 이내 나머지 한 명도 화장실로 가는척하더니 화장실에서 게임을 계속 이어갔다.

내색은 안 했지만 아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거부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학교에서 늘 이런 취급(?)을 받는 건 아닐까? 싶어 걱정도 되었다. 하긴... 비틀비틀 걷는 데다가 침까지 흘리는 아이가 좋을 리가 없지.... 싶어 씁쓸했다. 그러고는 아들이 더 이상 그 남학생들에게 가지 않았기 때문에 부딪힐 일이 없었다. 

오늘 컴퓨터 교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큰소리가 난다. 왜 그런가 보니 그 남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여전히) 게임을 하는데 다른 남학생이 구경하려고 하니 "보지 마!! 부담스럽고 신경 쓰인단 말이야!!"라며 실랑이 중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그 남학생은 아들이 장애인이라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게임하는 걸 누가 보는 걸 싫어한 것이었다.

나는 지레짐작으로 그 남학생들이 아들이 장애인이라 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단지 게임하는 걸 누가 보는 것을 싫어하는 것뿐이었다. 나의 자격지심이었다. 왜곡된 생각은 행동까지 움츠러들게 한다. 또다시 다짐한다.



어떤 말과 행동이든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자. 
거기에 장애인이라든지 자격지심이라든지 
그런 부정적인 단어를 넣어서 받아들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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