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꽃방 창업일지 3화
드디어, 처음으로 꽃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장미와 수국, 라그라스를 구입했고,
가위, 포장지, 리본 등 기본적인 도구들도 하나하나 직접 골랐어요.
이것저것 비교해 보느라 시간이 꽤 걸렸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습니다.
내가 스스로 꽃 시장에 와서 꽃을 구매하다니,
모든 게 낯설고 처음이었지만,
그 속에 빠져드는 제 자신을 보며 깨달았어요.
‘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꽃 시장은 마치 또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졌어요.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이래서 사람들이
“배움에는 끝이 없다”라고 말하는가 봐요.
하나를 알면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고,
배울수록 나 자신이 조금씩 확장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익힌 기술들을 정리해 보면 이래요 :)
⚬ 프리저브드 플라워 기초
⚬ 블루밍 기법
⚬ 와이어링(줄기 세우기)
⚬ 센터피스 제작
⚬ 꽃바구니 구성
⚬ 꽃다발 만들기
⚬ 토피어리 디자인
⚬ 코사지 제작
⚬ 액자형 플라워 아트
처음엔 다 비슷해 보였지만,
작업에 들어가면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화와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혼동하시는데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를 특수 처리하여
오랫동안 색감과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꽃이에요.
물도 필요 없고, 시들지 않기 때문에
선물용이나 인테리어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다만 습기와 직사광선은 피해야 오래 보존할 수 있어요.
저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배우면서
“꽃에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있구나”
하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블루밍(Blooming) 기법은
말 그대로 꽃이 자연스럽게 피어난 것처럼
꽃잎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펴주는 작업이에요.
처음엔 너무 세게 눌러서 망가뜨린 적도 있었지만,
점점 손끝 감각이 생기더라고요.
멜리아 기법은
블루밍 보다 더 크게 꽃을 키우는 방법으로,
다양한 도구로 꽃잎을 재구성하는 작업이에요.
꽃잎을 떼어내고 다시 붙여 만개한 꽃으로 연출되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붙이냐에 따라 각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와이어링(Wiring)은
짧거나 휘어진 줄기를 철사로 보강해서 원하는 형태로 세워주는 작업이에요.
특히 토피어리나 꽃다발을 만들 때
와이어링이 잘 안 되면 모양이 흐트러져요.
이 두 가지 기술을 익히는 동안,
내 손끝에서 꽃이 '형태를 갖추는 순간'의 희열을 처음 느꼈습니다.
사실 지금 제가 하는 모든 노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익 창출’이에요.
결국은 창업이고, 비즈니스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그 이야기를
조금 미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
재미있다는 감정,
그리고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요.
예전엔 막막하기만 했던 이 길 위에서
이제는 천천히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길의 어디쯤에서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자기만의 여정을 떠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가 이 일지를 쓰는 이유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