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 속, 꽃과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막상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불안해졌습니다.
기분 좋은 설렘보다는
“이게 진짜 될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먼저 밀려왔어요.
눈앞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고,
준비된 것도 없고, 심지어 꽃에 대한 지식조차 전무한 상태.
그런데 그 막막함 속에서도 이상하게 미묘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내가 정말 처음으로 ‘내 일’을 해보려 한다는 증거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막연히 ‘꽃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려 하니 머릿속이 새하얘지더라고요.
마케팅은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이런 소품도 만들고, 저런 꽃다발도 해봐야지!’
생각도 많고,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실행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뭐부터 하지?” 이 질문 앞에 멈춰버렸죠.
그래서 제일 처음으로 이렇게 정했습니다.
“꽃과 먼저 친해지자.”
꽃을 모르는데, 꽃으로 뭔가를 만든다는 건 순서가 뒤바뀐 거겠죠.
꽃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는 일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지방이라 그런지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많지 않았고, 있다 하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저는 직장인이라는 현실이 컸어요.
평일엔 시간을 낼 수 없었고, 주말에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찾아낸 곳이 있었어요. 차로 한 시간 거리, 대구에 위치한 한 플라워 학원.
그리고 거기서 알게 된 ‘내일배움카드’.
정부 지원으로 교육비 일부를 부담해준다는 이 카드 덕분에
‘프리저브드 플라워 기초반’에 등록할 수 있었어요.
토요일, 주 1회 5시간씩 3개월 과정.
드디어, 뭔가 시작되는구나 싶었죠.
하지만...
수강 인원이 부족해 개강이 연기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배우고자 하는데 배울 곳이 없다”는 건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온라인 강의, 유튜브, 블로그 자료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생각해보면,
지금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까지 제가 공부한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D
프리저브드 플라워의 블루밍 기법
와이어링(줄기 세우기) 기초
꽃의 종류와 특징
간단한 포장법
실기와 이론을 오가며,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중입니다.
아직 많이 서툴고 느리지만,
달빛꽃방의 진짜 시작은 바로 이 순간부터인 것 같아요.
처음엔 두렵고 막막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있어요.
꽃과 마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그게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