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쓰기를 주저했나

그리고 지금도 주저하고 있나

by 글습생

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좋아한다'라고, 어떨 때는 '글쓰기를 잘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정작 몇 년간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첫째, 눈이 높아졌다. 정확하게는 눈'만' 높아졌다. 이제는 심지어, 돈을 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시대다. 나는 은연 중에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 자신의 글을 '비하'했다. 애초에 비교 대상도, 경쟁 상대도 아닌 그들과 나의 글을 왜 비교했는지 모르겠다. 글쓰기 실력은 금방 늘지 않는데 글을 보는 눈은 갑자기 너무 높아져버렸다. 내 글을 읽는 게 갑자기 곤혹스러워졌다.


둘째,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했다. 예전에 내가 글을 쓰던 주무대는 내 일기장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블로그나 페이스북처럼 곳에 주로 글을 썼다. 그러다보니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어떻게 해야 좀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고민은 자기검열로 이어졌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결국 완결된 글을 써내지 못했다.


셋째, 나의 무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인생 이런거야'라면서 사실 근거도, 설득력도 없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하기 좋아했다. 사실 내 나름으로는 나의 그런 주장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모르는 것도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에는 생각이 들어가야 되는데 내 생각이 정리가 안되기 시작했다. 더이상 '인생 이런거야'라고 말할 자신이 없어졌다.


넷째, 그냥 귀찮아졌다. UFC 파이터 김동현 선수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매일 열심히 훈련하는 프로 선수도 한 2~3달 쉬면 아마추어보다도 체력이 떨어져요." 내가 딱 그렇다. 나는 심지어 프로 선수도 아닌데, 이런 저런 핑계로 너무 많이 쉬었다. 그러다보니 글쓰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글쓰기가 괴로워졌다.


다섯째, 글쓰기에 대한 너무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앞의 주장과 모순이지만, 나라는 인간은 모순투성이인 것 같다.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머릿 속으로는 늘 글쓰기에 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주제로 글을 쓰면 반응이 좋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내가 강연을 하거나 책을 내게 될 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만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전업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쓰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이 외에도 글쓰기를 주저했던, 또는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다보면 아마 나는 평생 글을 안 쓰게 될 것이다. 이 주저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냥 글을 쓰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그냥 글을 쓸 것이다. 이 도전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는 모르겠고 그런 건 이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그저,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할 때처럼 설레는 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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