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달빛서당

맛있는 한자이야기3/중화미각/다름이 스며들다

by 모순


책<중화미각>코스는

전채前菜, 주요리主菜를 거쳐 식사류로 향한다.

만두, 호떡, 양주볶음밥, 짜장면 중 어떤 것을 먹어볼까?


나의 선택은 밀가루 음식이다.

중국, 대만에 있을 때 밀가루로 만든 음식에 푹 빠졌다.

맛있어서 밥보다 자주 먹었다.


만두를 만드는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밀은 서아시아가 원산지로, 약4500년에서 5000년경 중국으로 전해져 황하 유역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밀은 중국 기후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처음에는 생산량이 많지 않았고, 찌거나 삶아서 밀밥 형태로 섭취했는데 쌀처럼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널리 환영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대 이후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으로부터 밀을 가루로 가공하는 방식이 전해지고 밀가루를 이용한 병餅, 국수, 만두 등의 요리가 보편화되면서 밀 생산량이 점차 증가했다. p122 중화미각/문학동네


면 종류도 많이 먹었지만

더 자주 먹었던 것은 餅(bǐng )이다.

계란을 넣어 만든 지단빙 雞蛋餅( jī dàn bǐng )

파를 넣어 만든 총요우빙 蔥油餅(cōng yóu bǐng)

종류도 다양하고

1인분으로 포장해 먹기도 좋았다.


떡 병餅자가 들어가는글자를 찾다

지하철 1호선 병점행으로 익숙한 수원 병점餅店을 발견했다.

이젠 병점이라는 지명을 봐도 고소한 떡냄새가 나는 것 같다.


책 <중화미각> 을 읽으며 餅이 여러 환경 속에서

변화하고 다양한 맛과 섞여 계속 새로워지는 여정을 따라갔다.


본래 병餅은 곡물 가루로 반죽해 발효시키지 않고 화덕에 구운 음식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쫄깃한 한국식 전통 떡과는 좀 다른 병의 발원지는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추정된다. p137
호떡은 본래 쉽게 휴대하고 보관할 수 있게 만들어진 유목민족의 음식이다. p143
한국 전쟁을 거쳐 미국으로부터 원조받은 풍부한 밀가루와 설탕, 그리고 기름은 화교들이 전파한 호떡에 또 한번의 변화를 일으킨다. p144
변용 과정에서 음식이 다양한 미각과의 융합을 통해 계속 재탄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146

중화미각/문학동네


본래 어떠한 성질을 가진 것이

환경의 변화를 거쳐 섞이고 재탄생하는 것

음식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해당한다.

이것이 요즘 나의 화두다.


사람이 변하려면 보내는 시간, 있는 환경, 함께 하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난 5개월, 퇴사 이후 내가 보내는 시간, 있는 환경, 함께하는 사람이 다 변했다.

변화의 어색함과 도전은 매일 점심 허기와 함께 찾아왔다.


회사 근처 편하게 찾아가는 식당에서 김밥, 돌솥비빔밥, 칼국수, 카레 등의 메뉴를 돌려먹다

이젠 집에서 냉장고를 뒤진다.

있는 재료로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


반찬 가게에서 사 온 반찬을 늘여놓고 밥을 먹거나

혼자 동네에서 외식하기도 한다.

배고픔을 동력 삼아 움직일 때가 많다.

배를 채우기 위해 움직였다가

그 과정과 음식을 즐길 때도 있다.


지난주 남편이 재택 근무하면서 함께 밥상을 차려 먹게 되었다.

평소와 다른 반찬과 대화로 보내는 점심시간이 새로웠다.

새로운 환경,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알게 되는 나와 만난다.


다름이 스미는 경계에 피는 꽃은

맛있는 음식 냄새처럼 향기롭다.

내가 선 그어 만들고 있는 세계를 발견하고

그 밖으로 경계를 확장하려고 할 때

시간, 기회를 주고 기다려줘야지.

맛있는 융합에는 숙성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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