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달빛서당

맛있는 한자 이야기4/중화미각/맵고 뜨거운

by 모순


책 <중화미각>을 읽으며 내 눈앞에 없는 음식을 상상한다.

맛, 소리, 향의 삼중주 (三重奏, Trio) 훠궈 火鍋파트에서는

음식의 맛, 소리, 향, 사람이 어우러진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16년 전 교환학생으로 중국 정저우 鄭州에 갔을 때

중국 친구들이 처음 사준 음식이 훠궈火鍋였다.

3월이지만 춥고 낯선 환경 속에서 떨고 있었는데 맵고 따뜻한 훠궈를 먹고 나니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음식으로 사우나 한 느낌이 그리울 때는 언제나 훠궈가 먹고 싶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대학가나 중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훠궈와 마라탕은, 핫포트 Hot Pot란 이름으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중국요리다. p199
훠궈 火鍋는 요리 이름이기도 하지만, 원래는 그 요리를 담은 용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p201

중화미각/문학동네



훠궈는 처음으로 내가 만들어 먹은 중국 음식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함께 살던 친구들과 마트에서 훠궈 육수 베이스 湯底(tāngdǐ)

참깨소스 芝麻醬(zhī ma jiàng)

야채, 버섯, 완자 등 갖은 재료를 넣어 훠궈를 만들어 먹었다.


시간이 지나 대만에 있는 친구와 만났을 때

함께 먹었던 음식도 훠궈다.

훠궈 뷔페 체인점 馬辣에 가서

도저히 못 먹을 때까지 훠궈를 먹고

그곳에 있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다시 먹었다.


얼얼하니 마麻하기도 하고 매콤해 라 辣하기도 한 사천 四川마라훠궈麻辣火鍋는바로 물소의 내장을 마라 국물에 익혀 먹었던 중경重慶의 모두훠궈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p208
중화미각/문학동네


혼자 혹은 둘이서도

훠궈의 매운맛을 즐길 수 있다.

마라탕麻辣燙이 있기 때문이다.


마라훠궈가 사천 일대의 사랑받는 훠궈의 한 종류라면, 중국 전역에서 혼밥족들에게 사랑받는 훠궈의 축소판 마라탕을 놓칠 수 없다. p208

중화미각/문학동네


마라탕 麻辣燙 (má là tàng)

麻 삼 마자(má)로 마비되다는 뜻도 있다.

辣 매울 랄자(là)로 매울 신자와 합쳐져 신랄辛辣하다에도 쓰인다.



그런데 어느 날 마라탕을 먹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마라탕에서 '탕'은 왜 탕 湯(국 )이 아니고 탕 燙(뜨겁다)일까?

..,

마라탕에서의 탕燙은 뜨겁거나 화상을 입는다는 뜻이 아니라 바로 요리법의 한 가지다. 탕이란 요리법은 잘 자른 원료를 뜨겁게 끓는 탕국이나 홍탕에 넣고 익히는 방법을 뜻한다.

...

그래서 마라탕은 매운 국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마라 국물을 끓여서 재료로 익혀 먹는 요리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p208


중화미각/문학동네



얼마전에 마라탕의 한자를 써보다

내가 생각했던 국탕(온탕, 냉탕에 쓰인다) 湯(tāng)자가 아니라

뜨겁다는 탕 燙(tàng) 자인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마라탕을 중국어로 발음할 때

성조도 잘못 말했구나 깨달았다.


틀렸는데 틀린지 몰라 계속 해왔다는 것 아는 순간

얼얼하고 매운 기분이 든다.

그리고 아직 탐험할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 기대감도 든다.

끝도 없는 한자의 세계를 만나 자주 드는 감각이다.


얼얼하고 매운 훠궈, 마라탕을 먹고 땀을 흘리고나면

다시 기운이 나는 것처럼 한자도 내 곁에서

맵고 뜨거운 앎, 삶의 기운을 계속 불어넣어 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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