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모순/24회/우리들의 여름방학

by 모순

더위를 피하고 여름 방학 시간을 보내기엔

동네 도서관이 좋다.

금요일 오전 아이와 집근처 도서관에 간다.

아이는 도서관에서 하는독서교실 수업을 듣고 나는 자유시간을 보낸다.


수업이 끝난 아이는 어린이 열람실로 향했다.

나도 넓고 다양한 어린이책을 두리번거린다.

아이와 함께 또 따로 할 수 있는 공간

동네 도서관이 참 고맙다.



"엄마는 내일 만나요"

시골할머니집에 가는데 내가 함께 간다고 하자 아이가 울어버렸다.

뭐지?

휴대폰 게임을 못 하게 해서 그런가?

아니 그렇다고 해서

내가 따라간다고 울다니

당황스럽고 섭섭해 화가 났다.


여덟살이 이런데

사춘기가 되면 어떨지

덜컥 겁에 휩싸였다.

가시 돋친 말이 입을 타고 아이를 향했다.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듣는데 참 별로였다.

폭력적인 대화였다.

상대의 욕구를 듣자마자

비난부터 시작했다.


나도 아이와 함께 있는게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다.

내 안에 다른 색깔의 감정이 함께 있는 것을

비난 없이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아이가 좀 커서

양가적인 감정을 드러내자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냐고 소리친다.


이거 어디서 본 장면같다.

아이에 대한 분노와 애정을 동시에 드러냈을 때

엄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이런 말을 들었었지.

내 안에서 울렸던 메아리였나?


애나가 말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 네가 아이 봐주는 날이잖아. 하지만 아침에 애들을 두고 나가는 게 힘들어." 우리는 언제나 말이 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배웠다. 두 번째 문장은 첫 번째 문장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일관성이 있었다. 우리가 양가성을 더욱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양가성을 받아들이는 능력, 그것이 바로 모성애가 아닐까.p124 분노와 애정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여름 방학

책 <분노와 애정>을 다시 꺼내본다.

양가성, 엄마됨 뿐만 아니라

성장하면서 받아들이게 되는 능력같다.

준이가 내게 갖는 양가적인 감정에

비난부터 쏟아 부어 틀어막지는 말자.


나도 그랬듯이

자신도 충분히 혼란스러울 테니까.

서로에게 분노와 애정을 느끼면서

지지고 볶는 우리들의 여름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