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 가고 싶었다.
원래 친구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부산 해운대에 갈려고 했는데
여행이 미뤄졌다.
바다도 그리웠지만
호텔도 그리웠다.
바다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만큼
호텔 침구에 파묻히고 싶었다.
경험을 소비해 쾌감을 느끼자.
엄청난 비를 뚫고
아이와 함께 서울에 도착했다.
아이와 우산, 가방을 챙겨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빗속을 걷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 멈췄다.
일 났다.
배낭이 불룩해 짐 일부를 에코백에
옮겼는데 에코백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
그 가방에 있는 짐이 뭐더라?
당황하며 남편과 만나기로 한 식당에 갔다.
대부분 그의 짐인 것 같은데
밥 다 먹고 이야기해야지 결심했다.
반차를 내고 온 남편과
식당에서 만나 셋이 밥을 먹고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데 사람이 몹시 많았다.
방에 들어와 침대에 기분 좋게 누워있다
남편 여벌 옷과 수영모가 든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예상대로 화를 냈고
나는 너스레를 떨며 동대문 시장 가서 쇼핑할 기회라 했다.
아주 오랜만에 동대문 밀리오레에 가서
당장 갈아입을 옷과 수영모를 샀다.
예상치 못한 돈은 좀 썼지만
예상치 못한 동대문 여행의 재미였다.
다음날 조식을 함께 먹고
남편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회사로 다시 출근했다.
나는 아이와 함께 체크아웃 시간까지 놀다 호텔에서 나왔다.
퍼붓던 비도 그치고 하늘이 예쁜 여름날이었다.
아이와 함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를 둘러봤다.
DDP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명동에 가다 아이와 좀 더 여행하고 싶어졌다.
준이도 여행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함께 명동 성당에 가고 가고 싶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근처에서 일할 때 가보고 싶던 식당이었는데
아이와 함께 처음 온 것이 신기했다.
배부르게 먹고 많이 걸은 우리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서로 기대 잠을 잤다.
버스 차고지에 들러 전날 잃어버린 가방을 찾는 것으로 여행은 끝났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여행의 감각이 돌아왔다.
여행에 대한 글을 읽고 기록을 남기며 다음 여행을 또 기대해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여러분 스스로 충분한 돈을 소유하게 되기 바랍니다.” ―「자기만의 방」,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물론 그 순간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도대체 어떤 소용이냐고 묻는다면 입을 다물게 되지. 하지만 이미 경험한 사람의 별은 아무나 훔쳐 갈 수 없어. 그 별은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너만의 별. 여행자라면 누구나 이마에 박고 살아가는 자신만의 별. 겉으로 보이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도 이마엔 자신만의 별이 박혀 있단다. p58
김민철 지음/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