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모순/27회/견디며 즐기며

by 모순

무덥고 습했던 올해 여름

다른 건 몰라도

매일 밤 음식물 쓰레기를 비워야지

생각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어젯밤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고 오는데

밤공기가 선선했다.


새벽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더 깊어졌다.

더위가 물러가는 처서處暑도 지나

다음에 맞을 절기節氣를 찾아본다.

고개를 계속 위로 향하게 만드는

가을 하늘이 가까워지고 있어 기분이 좋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연의 일부인 나도 새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초등학교 첫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 되었다.

개학 첫날 어땠냐고 준이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을 엄마라고 불러 친구들은 웃고

선생님은 눈이 휘둥그레 졌다고 대답했다.

코믹한 그 장면이 떠올라 나도 웃음이 터졌다.

그래, 니가 방학 때 엄마를 많이 부르긴 했지.


이번 방학에서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독서 교실에 가는 아이 따라

고정된 시간에 동네 도서관에 갔다.

따로 또 함께 아이와 도서관 책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먹는 돈까스도 꿀맛이었다.


준이가 좋아하는 친구가

집에 자주 놀러와 둘이서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였데, ~했데

무한한 상상 이야기로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놀이를 함께하기엔 어렵지만

곁이서 먹거리 챙기는 것은 기꺼이 했다.


6월 부터 언니와 계획했던

3대가족 여행도 잘 다녀왔다.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좋아해서 기뻤다.

여행의 기록도 글로 남겨봐야겠다.


낯선 곳에 도착하여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적어두지 않으면 지난 일들은 모두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망각의 지층 속에 묻혀버린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5
파리일기/정수복지음/문학동네


아이 등교길에 마주친 동네 친구와

겨울 방학은 꽉 채운 두 달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오지 않은 추운 겨울 방학을 생각하며

2학기 아이는 학교에서

나는 내 공간에서 시간의 빛을 모아야겠다.

지금,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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