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달빛서당

시간과 마음을 내어 서로 이어지는

어린이 달빛서당 9월 26일 일지

by 모순

애준이가 학교 앞에서 검도학원 홍보 전단을 받아왔다.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해서 등록하고 오는 길에

애준이와 함께 검도 이야기를 했다.


검도는 칼 검劍과 길 도道자로 이루어진 한자어다.

검劍이 칼이라는 뜻은 거침없이 말했는데

도道의 뜻을 이야기하다 버벅버벅했다.


道라는 한자를 좋아하지만 어렵다.

한자 사전에서 道찾아보면

길, 도리, 이치, 방법, 바탕, 기능, 제도, 가다 등

20개도 넘는 뜻이 나온다.


속뜻국어사전에서 검도를 찾아보니

道를 방법으로 옮겨 검술劍術을 잘하는 방법道 이라고 나왔다.

표준국어대사전 속 검도劍道의 뜻은

'죽도(竹刀)로 상대편을 치거나 찔러서 얻은 점수로 승패를 겨루는 운동 경기'이다.


애준이가 다니는 검도학원에서

어린이들은 대나무로 만든 검 죽도竹刀대신

스티로폼으로 만든 검劍으로 연습한다고 한다.


"용기를 갖고 싶어요."


관장님께 전해 들었는데 애준이가 검도를 배우고 싶은

이유가 용기勇氣와 닿아있어 놀랐다.

검도를 배울 때는 명상冥想도 하게 된다고 한다.

관장님께서 말씀하신 검도의 자기 수련修煉, 수신修身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수신서修身書인 사자소학 읽기와 몸으로 하는 수신修身 검도가

애준이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非禮勿視비례물시非禮勿聽비례물청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라


이 씨앗문장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禮에 대해서 애준이 물어오면

어떻게 설명해 줘야 좋을까

고민했는데 책에 나오는 내용을 참고로 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남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때 필요한 것이 禮라고'


애준이 씨앗문장에 있는 말 물勿의

뜻이 '말하다'인 줄 오해하고 있어서

여기서 '말'이란 '말아라'라는 뜻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애준은 아닐 비非를 보더니

아닐 부不를 떠올리면서

부비부비라고 소리를 내더니

내 손에 얼굴을 부비부비 했다.


아이와 함께 사자소학을 읽을 때면

엉뚱한 행동에 가끔 열받다가

웃음이 픽 나올 때도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예가 아니라서 보거나 듣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어린이 달님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방귀, 트림, 응가 하는 모습 보는 것
친구를 때리는 행위
욕, 나쁜 말
싸우는 소리
"못하겠어"
"싫어, 그러지 마 ."


애준과 함께 총 획수가 22획인

들을 청 聽을 손으로 써보았다.

聽들을 청은

청각聽覺, 청중聽眾, 청진기聽診器 등

한자어에도 쓰인다.


여기 마음 심心도 들어가네

애준이가 聽을 쓰면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聽들을 청을 보니, '듣다'라는 행위에 포함된 '마음'이 느껴졌다.


평소에 온전히 마음을 집중해

아이 이야기를 듣지 못할 때가 많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와 함께 사자소학을 읽을 때

나는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기록하게 된다.


듣는다는 것은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주는 일이다.

대화는 서로 그 순간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듣는다는 것은 어떤 깊은 지혜나 말재주, 따뜻한 마음 혹은 그저 침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듣는다는 것은 시간과 관련이 있다. (...)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를 진짜로 듣기 위해서는 나의 시간을 멈춰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시간, 내가 살아왔던 과거의 삶에 이어져 있는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 위해서 마치 영원의 시간을 함께하는 것처럼 나의 조급한 시간표를 온전히 잊을 때 비로소 타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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