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덕후

인문학학군지 달빛서당 기록

by 모순


논어를 읽다 보면 공자도 덕후라는 느낌이 든다. 시경, 음악 덕후. 왜 그렇게 느끼냐면 제자들이 기록한 그의 말에도 신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경詩經 악곡 라이브 공연에서 받은 감동을 제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공자의 모습을 상상한다. 덕후는 덕후를 알아본다.


子曰자왈師摯之始사지지시 關雎之亂「관저」지란洋洋乎盈耳哉양양호영이재


공자께서 말씀하셨어. "태사(고대 악관音官) 지摯가 처음 연주했던 <관저>의 마지막 악절 소리는 아름다움이 넘쳐 귀에 가득 차는구나."


출처 《논어論語》 제8편 태백泰伯 15장


군자라는 말을 빼고 논어를 한국어로 옮긴 책 <군자를 버린 논어> (24년에 '군자의 말들'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다)에서는 "子曰자왈師摯之始사지지시 關雎之亂「관저」지란洋洋乎盈耳哉양양호영이재"에 대한 아래의 번역과 설명이 나온다.



공자가 추억하며 말했다.


"마에스트로 지(摯)가 처음 노나라 악관이 되었을 때 연주했던 <물수리(關雎)>라는 곡의 연주 소리가 아직까지도 내 귀에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구나!


마에스트로 지가 제나라로 가버린 뒤 음악을 유난히 사랑한 공자는 그 수준의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없어 많이 아쉬워했던 듯하다. 뭐든 그렇지만 귀도 고급스러워지면 수준이 떨어지는 음악을 들었을 때 차라리 안 듣느니만 못하게 고통스럽다. 까탈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군자를 버린 논어, 임자헌 옮김




공자는 왜 제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을까? 못 참아서 ㅋㅋ




자연을 통해 배우고 찾아보고 깨달음으로 이어져 삶에 연결되는 순간이 나에게는 기쁨이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글로 남기며, 태사 지의 연주를 좋아했던 공자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연결해 보았어.


(..)


난 귀가 즐거웠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지는 않더라고


대신 난 눈이 아름다움에 넘실대는 기억들은 좀 있어. 사실 매일이 그런 것 같아! 난 하늘 보는 걸 좋아하거든~


(...)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은 눈빛이 달라진대.


그 생각을 하다가 문득 2년 전쯤인가 학생에게 받은 메일이 떠올랐어.


날 발견해준 학생, 그걸 표현해준 마음, 그렇게 보였다는 나 스스로가 모두 근사하게 느껴졌거든.


이젠 이곳에 저장해 두고 자존감이 내려갈 때마다, 일이 지칠 때마다 꺼내 읽을래.


(...)


이번에 내가 꼽은 한자는 양洋이야.


'나의 로망 세계일주! 그래 나도 누벼보자! 오대~양 육대주를~~'하는 마음에 양洋ㅈㅏ가 눈에 들어왔는데 洋양이 두번 겹친 단어 洋洋양양의 뜻이 '바다가 한이 없어 넓음 사람의 앞길이 발전할 여지가 많고 큼'이란 걸 새로 알게 되었어. 와우 끌린다 이 단어


달빛서당 13기 달님들의 이야기 중에서





논어 씨앗문장 師摯之始關雎之亂洋洋乎盈耳哉을 손으로 쓸 때 속도가 느려질 때가 많았다. 摯지, 關관, 雎저, 亂란 등 한자는 글자를 확대해 보고 따라 쓴다.


처음에 고른 한자 하나는 亂란 이었다. 그런데 문장을 공부하다 盈이 들어가는 말 '영영'을 보게 되고 이 한자를 더 알아가기로 했다.


영영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나오는 표현이다.


영영하다 盈盈하다


1.형용사 물이 가득 차서 찰랑찰랑하다.

2.형용사 용모가 곱고 아름답다



盈을 쓰는 모양이 찌그러졌는데 혹시나 하고 네이버 한자 사전에서 획순을 찾아보니 내가 쓰던 획순과 달랐다. 한자 획순을 달달 외울 필요는 없지만 획순에 맞게 쓰면 한자 모양의 균형감이 산다.


이번 기회에 처음 만난 듯 盈을 천천히 써보고 한자 사전에 나온 여러 뜻 '차다, 피둥피둥하다, 남다,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교만하다, 이루다, 예쁜 모양'을 살펴본다.


盈耳, 공자처럼 아름다운 음악 소리로 귀를 가득 채워도 좋고 나는 이번 봄 무엇으로 나를 찰랑찰랑 채워볼까?


사람은 좋은 것을 느끼면 표현하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는 내향인이라도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는 말도 많아진다. 말하다가 숨이 가빠지고 목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이런 자기 모습에 스스로도 주변에도 놀란다.


친구가 들려준 말을 통해 거울을 보듯 나를 알아차릴 때가 있다. 찬물, 냉탕을 오가고 사우나에서 몸을 푸는 목욕탕 시간을 침 튀기며 이야기하는 내게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는 기운이 달라진다"고 친구가 들려준 말이 오래 머물렀다.


기운은 전염된다. 무언가에 푹 빠진 사람은 알게 모르게 주변도 그 빛으로 물들인다. 내가 실천하고 싶은 설득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