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을 내고 싶은 걸까?

내 욕망이 향하는 곳

by 모순

책 한 권이 만들어질 문장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 생각했다. 블로그에 축적한 글에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검색어로 모으니 A4용지 글자 12에 약 200장 정도 나왔다. 책 한 권에 맞는 분량은 채웠구나 라는 생각에 일단 안심되었다. 빈 워드 화면이 주는 압박감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목차에 맞춰 기존에 내가 쓴 내용을 끼워 넣어도 글의 내용이 얕았다. 거기다 재미도 없었다. 빠른 시일 내 결과를 만들고자 했던 내 마음은 방향을 잃은 책 허둥거렸다.


처음 생각한 기획과 콘셉트, 목차 내용대로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왜 책을 내고 싶은지 정리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책을 쓰지 않아도 세상에는 이미 많은 책이 있다.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내고 싶은 욕망을 이해하고 싶었다.


첫째, 나는 돈을 벌고 싶다. 몇 년 후 회사를 졸업하고 자영업자가 될 계획이다. 마크 타이슨 말처럼 처맞기 전까지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경력을 쌓아왔던 중국어 통번역사, WPI심리상담가 외에 나는 저작권 인세가 갖고 싶다. 이것은 책이 팔려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둘째,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싶다. 책을 만들고 싶다는 내게 친구는 3백만 원이면 낼 수 있는 게 책이라고 했다. 엄마가 생전 온라인에 남기신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던 친구다. 나는 상업적 출판이 목표라고 말했다.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나 ‘저 청소 일하는 데요’ 같은 책도 처음에는 저자의 독립출판으로 세상에 나왔다가 다른 출판사를 통해 넓게 유통되었다. 책 쓰기 초보 작가인 나는 상업 출판사 에디터의 도움을 받아 글을 편집하고 홍보하길 바랐다. 하지만 아무 인지도 없는 저자의 허술한 내용의 글을 출판사에서 책으로 만들어 유통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에 무관심하며 내가 만든 작고 안온한 세상에서 히죽거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그 밖의 사람이 뭐해?라고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흠흠 거리며 다시 좁은 내 세상으로 도망가는 것을 반복했다. 하지만 나는 첫 번째 책이 잘 팔려서 다른 책도 계속 내고 싶었다. 성욕이 아주 강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망나니 같은 소설, 대만 타이난 몇 달 살기 같은 중국어와 대만 관련한 책까지, 순진한지 아직 이 바닥을 모르는지 인세를 받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리고 중국어로 내가 번역해 중화권 시장에 내 책을 수출하고자 하는 빅피처를 그리고 있었다. 허공에 뜬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내 글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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