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쓸까?

네 욕망을 써봐

by 모순

내가 쓴 글로 책을 만들기로 했다면 내가 잘 쓸 수 있는 내용을 써야 했다. 지난 며칠 동안 경험했듯이 어떤 콘셉트이나 기획을 생각했다고 해도 내 안에 이야깃거리가 흐르지 않으면 그것은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아무 생명력 없는 글이었다. 그러다 수필 책을 내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을 자세히 샅샅이 뒤집어 보기로 했다.


현재 경기도 2기 신도시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워킹맘이란 내 정체성은 내 욕망의 결과다. 내가 원하는 역할이기에 힘들어도 버티고 있다. 하지만 내 욕망이 점차 변하고 있었다. 몇 년 후 회사를 떠나 살고 있는 경기도 신도시에서 조직을 벗어난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고 있었다.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나는 작가라는 정체성이 필요했다. 미루고 있던 책 쓰기를 행동으로 옮겼다.


J는 내가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빛난다고 했다. 내가 가장 쓰고 싶은 것도 내 욕망에 대한 이야기였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아이 엄마가 수필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어떤 사람의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나면 추악하기도 하겠지만 개성은 잘 드러날 것 같았다. J에게 내가 "욕망 말할 때 느껴지는 캐릭터는 어때?"라고 묻자 J는 뭔가 욕심부리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일 때도 있고 집착하는 모습일 때도 있고 진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평소에는 별 다른 욕망이 없다가 스스로에게 재미와 의미 있는 일 앞에서 꽤 집요해진다.


"중요한 거 한 가지는 남들도 읽고 싶어야 한다는 것”

책을 내고 싶다는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말했다.

“왜 가끔 기사 댓글에도 이건 니 일기장에나 써라는 댓글이 있잖아. 상업적 출판이 목적이라면 내 이야기를 읽게 만들어야 하는 거니까”

친구의 말이 옳았다. 그동안 내가 글을 써 올리는 공간은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였다.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내 글을 볼 수 있는 곳. 나는 사람들이 글을 읽고 공감, 댓글을 남기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볼까 두려웠다. 다른 관점의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바를 비난할까 봐 두려웠다.


살짝 나를 드러내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완전히 내가 드러나는 것은 겁났다. 열탕에 들어가고 싶지만 너무 뜨거울 것 같아 한쪽 발만 넣고 있는 상황처럼. 하고 있지만 수줍게 표현하는 내 모습. 이건 마치 회사에서의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날 것 같았다.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나아가 삶의 태도에까지 전염되고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것은 한 권의 수필집에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고유한 이야기가 담긴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건 한 사람의 개성이 다 드러나는 일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수필이라는 장르는 특히나 그러했다. 나는 글을 쓸 때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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