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으로 독자와 만날까?

독자를 상상하다

by 모순

글을 쓰면서 좋았던 것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드러내는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을 찬찬히 글로 쓰면서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펼쳐 보인다. 물론 집, 회사 내가 속한 환경에서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어른이 돼갈수록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하고 살아간다. 가족, 사회의 욕망을 채우느라 바삐 살면서 정작 내 목소리는 잃어간다. 대학교 수업시간에 들은 타자화라는 개념을 10여 년이 지나 어떤 뜻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밖에서 밀고 들어오는 큰 목소리에 가려 내 목소리를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할 때는 남들의 목소리를 내 목소리로 착각하며 지냈다. 내 시선으로 글을 쓰게 되면서 내게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것을 감추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즐겨 쓰는 글은 나에게서 시작해 나에게로 들어왔다. 내 안을 파고드는 내향(內向)적 성격이 글쓰기에도 드러난다. 글을 쓰면서 내 행동과 감정, 생각을 돌아본다.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는데 꺼내지 못하고 삼켰던 말들이 문장이 된다. 사람들 앞에서는 내 마음을 시원하게 잘 표현하지 못하겠다. 내가 바랐던 공감은커녕 어색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컸다.


가만히 쌓아 두기만 했던 마음을 글로 써 남들이 보는 공간에 펼쳐 둔 것은 소심한 내가 취할 수 있는 외향(外向)적인 태도였다. 내 안에 갇히기보다 타인과 연결되도록 밖으로 손을 뻗었고 따듯하게 잡아주는 손길이 있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주로 책에 기댔다. 책이란 세계는 다양하고 자유로웠다. 특히 누군가의 일기장 같은 수필집에서 내 마음 같은 문장과 만나는 순간이 좋았다.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을 때 마케터는 타깃 고객을 상상해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SNS 글과 달리 한 권의 책은 물성을 가진 상품이다. 전자책, 오디오북도 돈을 주고 보고 들을 수 있는 상품이다. 만들어진 상품은 사용하는 사람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얻게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읽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내 책을 읽을 독자의 모습을 상상하다 나와 비슷한 독자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과 서점 나들이를 좋아한다. 일상의 빈틈에서 여러 권의 책을 본다. 한 달에 책 한두 권을 구매한다. 솔직한 개인의 목소리가 담긴 수필집을 즐겨본다. SNS에 독서 후기를 남긴다. 언젠가 내 수필집을 내고 싶어 한다. 나와 비슷한 독자를 생각하자 용기가 났다. 내가 읽고 싶은 사소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쓰자. 나는 내 책의 첫 번째 독자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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