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뭔가 필요해서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나올 때는 그 무엇 가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다른 물건이 손에 들려 있곤 했다.
김의경/물건들/소설집 <쇼룸>
싸고 다양한 물건이 다 있는 그 공간 이야기를 읽으며 난 '인터넷'이 떠올랐다. 분명히 찾아볼 게 있어서 포털 창에 들어왔는데 막상 정신을 차려보면 다른 곳에 빠져있다. 다른 창으로 바꿔도 인터넷 공간에서 난 곧 잘 방향을 잃었다. 정작 원했던 것도 아닌 크게 필요도 없는 물건, 정보에 휩쓸려 내가 사라질까 봐 정신을 단디 차려본다.
왜 이렇게 쉽게 유혹당할까? 아마 쉽게 가질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터치 한 번으로, 천 원으로 순간의 즐거움을 채운다. 쉬운 자극과 자유에 서서히 중독되는 것 같다. 물건, 음식, 정보, 연결의 범람 속에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지키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넘쳐흐르는 이곳에서 몸의 중심을 다시 잡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