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모순/3회/첫발 내딛다

by 모순


3월 2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함께 고른 새 책가방을 메고

집 근처 학교로 걸었다.

다음날부터 아이는 학교에

혼자 가겠다고 했다.


실내화 가방까지 목에 두르고

혼자 학교 정문에 들어가는

아이를 멀리서 지켜봤다.

나도 혼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터졌다.


익숙했던 것과 작별하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울컥했다.

퇴사할 때 느꼈던 기분이 떠올랐다.


送舊迎新(sòng jiù yíng xīn )


환송회 때 대만 동료한테 들었던

말까지도.

바야흐로 송구영신의 시기다 ㅋㅋ



나도 다시 회사 밖 삶에 적응 중이다.

우선순위를 두고

새로운 삶의 질서를 만들고 공유한다.

자유,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규칙과 연대도 필요하다.


우선 중국어가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두려워

예전 동료와 언어 교환을 시작했다.

주 1회 2시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잘하는 W와

한국어, 중국어를 함께 공부한다.

언어 교환에서 배우는 내용도

정리해 보자.


아이가 혼자 학교에 갔다는 말을

전하자 남편이 물었다.

2월까지 같이 다니다

3월 되니 혼자 가겠다니

무슨 일이지?


남편은 놀랐지만

나는 준이의 변화에 공감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

태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내가 그렇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반신욕, 요가, 글쓰기로

내게 필요한 시간을 채운다.


언니공동체

'아름다운 새벽'에 참여해

새벽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다.

처음 시작한 활동인데

꾸준히 해보고 싶다.

새벽의 고요한 시간이 좋다.

아름다운 새벽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길게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그러워졌고,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누그러졌어요. 내가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나만의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P103/나를돌보는다정한시간/우디앤마마출판사


새벽 시간 외에도

새로운 일상에 스며드는 것은

이알리미, 하이클래스 알람이다.

내가 1학년인지

아이가 1학년인지

헷갈리는

애데렐라 시간표에서

우왕좌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겠지.


아직은 낮에

집 안팎에서 햇빛만 보고 있어도

웃음 나는 퇴사 허니문 기간이다.

듣고 싶던 평일 낮 강의도

신청해 온라인으로 듣는다.

무료 강의, 동네 도서관과

더 친해지고 있다.


명리학과 심리학이라는

수업을 듣는데 강사님께서

배우는 사람은 가르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작년 말부터

중며들다 스터디에 참여하며

중국어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더 열심히 배우는 것을 보았다.

배움과 가르침의 선순환

나도 만들어가고 싶다.

작년 여름의 기록을 오늘 다시 만났다

등교 4일 차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의 어깨가 축 처져 보였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니

아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교실에서 외로워요

친구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어요

아직 함께 놀 친구가 없어서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책을 읽었다고.


외롭다는 단어를

꺼내 쓴 아이의 얼굴을

보니 짠했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는 것 같은

막막함

연결되어 소통하고 싶은

바람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마주한다.


작년 유치원 신학기 때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을 알려주며

시간이 지나면

친한 친구도 생기고 편해질 것이라 말했다.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외로움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외로움이 힘이 되어

누군가와 만나거나

스스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


3월은 시작의 설렘이

가득한 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낯섦을 견디는

시기였음을 아이를 통해 새삼 느꼈다.

관계속에서나를발견하는시간#아몬드로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