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휴가를 보낸 한주였다.
작년부터 퇴사를 결심했지만
올해까지 끌어온 것도
휴가의 힘이 컸다.
작년의 나는 올해의 나에게
유급휴가를 선물했다.
일주일, 아이의 유치원 방학을 맞춰
남은 유급휴가를 썼다.
휴가가 모자랄 때마다
휴가 내기가 망설여질 때마다
내가 회사에 바치고 있는 것이
내 시간임을
시간이 돈임을 깨달았다.
돈이 없어 돈을 아끼게 되듯이
시간이 없어 시간 앞에서 인색했다.
시간이 많아 시간을 펑펑 쓰고 싶었다.
낭비라 할지라도
그러한 자유를 내게 주고 싶었다.
직장인에서 비직장인으로 전환되는데도
틈이 필요할 거 같았다.
방학, 변화에 필요한 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틈, 여행을 생각하며
퇴사 결심을 더 굳혔다.
돈으로 환산되는
유급 휴가 앞에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지만
일단 쉼표를 찍고
회사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간 방학도 없이
유치원과 태권도를 다니고
낮에 밖에 나가
밤에 집에 돌아오던 준이에게
일주일간 방학이라 말했다.
이제 많이 쉴 수 있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좋아도 눈물이 나오는 거죠?
기쁨의 눈물을 알아버린 아이 옆에서
나도 같이 울었다.
준이는 얼마 전에
자신을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말해 주었다.
1. 화내지 않아
2. 먹기 싫은 거 억지로 주지 않아
3. 안전하게 보살펴야 해
4. 약속을 어기지 않아
5. 가족이 헤어지지 않아
예전에는 자신이 말해주지 않아
키우는 게 힘들었겠다고도 나를 걱정했다.
어쩌면 아이는 내게
방법을 계속 알려주었는데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던 거 같다.
내가 준다고만 생각해
받을 여유가 없었다.
준이 말을 듣고 기록해보니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
올해는
빼기를 더하고
비움을 채우자.
가족에게 무언가를 더 하기보다는
일단 화내지 않는 것부터 하고 있다.
타인에게 감정, 책임 떠넘기지 않고
스스로 잘 보살피는 게 어른이니까.
집에 틀어놓은 음악을 따라
아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돌고 돌아 나의 제자리를 찾는다면
그것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시인과 촌장/풍경
소중하게 찾아온 봄 방학
미뤄두었던 아이 은행, 주식 계좌를 만들고
우리는 제주도로 떠났다.
오늘 밤이 빨리 되었지만 괜찮아요.
낮에 좋았던 일을 기억하면 되니까요.
여덟살 준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