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모순/15회/ Da Capo

by 모순

지난봄 지리산 여행을 마치고

산이 주는 매력에 빠졌다.

원래 산도 좋아했고

걷기도 좋아했는데

산에서 걷는 것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


5월의 끝자락

산에 가기 좋은 계절에

1년 전 가본 동네 산을 다시 찾았다.


"우리 동네 좋아지는데 그걸 누릴 시간이 없어"


작년까지 남편과 함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집 근처 공원에 가도

새로 만들어진 도서관을 가도

좋다는 말과 함께

평일에는 잘 누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흘렀다.


집에서 멀리 있는 회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부족한 주거지였다.

회사와 이별한 지금

산, 공원, 호수, 도서관에

걸어서 잘 수 있어 만족스럽다 .


"자기라도 실컷 즐겨"


여전히 먼 출퇴근길을 오가는

남편이 말했다.

근처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의 배움, 놀이를

계속해나가는 아이에게도

괜찮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사 후 3년 만에

나도 아이도

동네와 친해지고 있다.


언니공동체에서 맨발 산행하는

언니 이야기를 들어서 일까?

양말을 벗고 걸어보았다.

평소 발과 맞닿은 양말 대신

촉촉 거칠 보들한 흙이 느껴졌다.

흙한테 마사지 받는 기분이랄까?


나의 맨발 산행을 본

어떤 분이 '위험하지 않을까?' 하시더니

산을 뒤로 걸어 내려가셨다.

그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걱정이 되서 나가보니

아이도 뒤로 걸으며 오고 있었다.

반가움+걱정+짜증+웃김

여러가지 감정이 한데 몰려왔다.


"근데 말이야"


아이가 요즘 친구와 통화할 때

자주 쓰는 말이야.

근데 말이야. 하고 자기 말을 하겠다는 걸까?

여덟 살의 근데 말이야가 궁금하다.


지난 토요일 새벽에는

꿈샘 특강에서 중국어 강사 15년 차

아몬드의 희로애락을 들었다.


작년 12월부터

책 <중국어의 비밀>을 함께 읽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꿈샘 중며들다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아몬드님도 이 스터디에서 알게된 인연이다.


아몬드님의 강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승전결, 수업의 형식, 내용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불안, 무안,불편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강사님이라니

이 언니는 수업으로 예술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몬드님이 정성을 다해

만든 수업(예술)에

학생(관객)이 참여하여 주인공이 된다.

예술의 역할 아닌가?


아몬드님은 수입도 불안정한

이 일을

잘하려고

잘보이려고

15년이나 버틴 본인이 짠하다고 했다.


프리워커에 이제 들어온 나는

15년간 프로 예술가로 버텨온

그리고 앞으로 15년간 더 버티겠다고

선언하는 언니를 바라본다.

언니 스스로 보지 못했던

예술성(藝術性)을 발견했듯이

한자(漢字)로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내 업(業)을 해나가겠다고


한자(漢字)이야기, 그림을

감상하고 사색하고 글로 써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춤춰야 할 이유를 기다리지 말 것. 그냥 춤출 것. 마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내 키는 대로 흥겹게 춤을 출 것, 삶이 행복해도 춤을 추고, 삶이 괴로워도 춤을 출 것.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 춤이 끝나면 이렇게 말할 것. 아니, 외칠 것. 다 카포! 처음부터 다시 한번. p389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