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모순/19회/바깥은 장마

by 모순


이런 날 운동하셔야 돼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일 습한 장마 기간이다.

줌바댄스를 하는데 평소보다 땀이 더 났다.

무대 중앙에서 25명 학생을 이끄는

선생님의 옷은 땀으로 다 젖어버렸다.

멋있다.


운동 후 땀으로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아버렸다.

나도 더 요염하게 몸동작을 만들어

흔들어 재낀다.

마스크 아래로

가장 많은 땀과 웃음을 내보내는 시간이다.


줌바댄스 하러 가?


남편이 물었다.

"아니, 오늘은 산에 갔다가 도서관 가는 날이야"

라 대답하며 집 밖으로 나갔다.

지난주 남편 재택 근무로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혼자 보내던 시간에

남편이 들어오자 내 일상이 새롭게 보였다.


흥이 폭발하는 줌바댄스

가방 가득 책을 빌려오는 도서관 여행

발바닥과 땅, 새소리, 숲을 느끼는 맨발 산행

오후의 달콤한 낮잠

지금 쌓아가는 시간이 마음에 들었다.


준이는 어른들만 집에 있고

혼자 학교에 가니 너무하다 했다.

학교에 다녀와서도

기분이 안 좋다는 준이에게

일기를 써보자고 말했다.

모르는 글씨는 함께 쓰겠다고 살살 꼬셨다.


나는 오늘 학교 갈 때 피곤했다.

학교에 갔을 때 oo가 먼저 와서 깜짝 놀랐다.

방과후에서 컴퓨터로 집을 만들어서 이상했다.

쿠키런 책을 빌렸을 때 과학을 알고 싶었다.

수박 먹었을 때 아삭아삭해서 무인줄 알았다.

태권도에 갔을 때 운동을 조금 했는데 땀이 났다.



일기를 쓰고 나니 알겠다.

준이는

피곤하고 놀라고

이상하고 호기심 나고

무 같은 수박을 먹고

땀나는 하루를 보냈다.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준이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그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아직 기분이 안 좋냐고 묻자

준이는 좀 편해졌다고 했다.


맞아. 엄마도 일기 쓰면

좀 편해지더라고.

준이가 앞으로 써내려갈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이 덕분에 이 계절

내 이야기도 풍성해지고 있다.

고마워.

우리 서로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지켜봐주자.


아이를 떠나오기 전에 딱 한가지만 일러줬다.

"엄마가 너한테 유일하게 권하고 싶은 건, 이렇게 처음 경험해 보는 하루하루 너의 행동과 마음에 대해 기록하라는 것뿐이야. 네가 뭘 하든 어떻게 하든 그건 온전히 네 마음대로 하겠지만, 그걸 지켜보고 의식적으로 기록하는 연습을 해봐. 물론 쓰면 좋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돼. 엄마한테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고 . 그냥 평소에 엄마가 너를 지켜보는 걸 네 자신이 직접 해보는거야. p87

박혜윤 글 , 유희진 그림 /부모는 관객이다 / 책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