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보단 한 스푼 더 있는 설레임
아이도 3학년이 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등하교때 자기들만의 사회생활로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껴가며 나에게서 '독립'을 하려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자연스러운 성장의 독립을 나도 받아들여야 하기에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데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위치와 시간이었다.
이왕이면 운전을 안 하고 걸어 움직일 수 있는 거리면 좋았겠고 시간은 아이 등교시간을 챙길 수 있고 하교시간과 차이가 없길 바랐다.
이 두 가지가 만족되는 곳은 굉장히 드물었다. 지금은 새 학기 전 교사 이직 시즌도 아니어서 내가 도전해 볼 곳도 적었지만 시간이 맞으면 거리가 멀고, 거리가 멀면 시간이 맞는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직 나에게 때가 아닌가 싶을 때 집 근처 어린이집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고 시간도 조정이 가능해 원장님과 이야기를 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해 발송했다.
운이 좋게 원장님께서 면접을 원하셨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뵙고 왔다.
며칠간의 이야기로 시간 조정에 대해 서로 조율을 하게 되었고 보조교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담임을 할 생각이 없냐는 말씀에 일을 안 했던 공백이 너무 길어 처음부터 담임을 하기엔 아직 내가 부족함도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원장님의 물음에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일 시작 전 필요한 준비서류.
보육교사 자격증, 장기 미종사자 수료증, 보건증, 채용신체검사서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
인수인계받으러 가기 전 아침부터 보건증과 채용 신체검사서를 보건소와 병원에 들러 처리해 놓았다.
오랜만에 겪어보는 보건증 발급 시 하게 되는 면봉과의 만남. 훗 -
채용 신체검사서를 병원에 가서 하면서 채혈을 하는데 "요새 피 많이 뽑으셨나요?" 하더라.
병원 검진을 다니며 채혈이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검사가 되었기에 그렇다고 하니 내 팔에 자국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하셨다. 짠한 내 왼팔.
보육교사 자격증과 장기 미종사자 수료증은 집에서 사본을 잘 출력해 인수인계 하러 가며 제출하고 나머지는 다 해놓았으니 발급되는 대로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저 빠르죠?
인수인계도 받고 어린이집을 둘러보았다.
앞으로 나와 함께할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 장소.
눈치껏 담임 선생님 도와가며 손발이 잘 맞기를 바라며 내 아이 보듯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주는 시간이길 바란다.
그 사랑 그대로 가져와 내 아이에게도 전해줘야지.
초반엔 체력이 달려 힘들진 몰라도 이렇게 우리 가족도 성장할 거라 믿는다.
몇 년 만인지 세어보기도 버겁지만 걱정보단 설렘이 앞서는 출근 전 오늘.
오늘의 설렘을 잊지 말자.